걸 그룹 ‘뉴진스’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사의 대표직을 복구하라”는 요구를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민희진과 하이브 간 갈등은 제2 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뉴진스의 새 앨범 제작이 중단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하이브 미래 실적에서 뉴진스를 제외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보수적 접근을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 뉴진스가 향후 활동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실적 추정치를 내려잡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분기(7~9월) 매출액 전망치는 5241억원, 영업이익은 591억원으로 기존 대비 각각 66억원, 24억원 감소했다. 목표 주가는 28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내려갔다.
빠진 활동은 오는 4분기(10~12월) 정규 앨범 발매와 내년 상반기(1~6월) 중 월드 투어, 같은 해 하반기(7~12월) 새 앨범 발매다. 이로 인해 하이브가 벌어들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은 2024년 하반기 100억원대, 2025년 250억원대 수준이다.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이화정 애널리스트는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뒤 만약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된다면 그때 뉴진스가 활동을 재개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이 시작됐을 때부터 ‘양측이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뉴진스 없는 하이브, 하이브 없는 뉴진스는 어떻게 될까’라는 우려가 증권가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이 리포트는 증권가에서 ‘뉴진스 없는 하이브’에 대한 가정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내부에서도 뉴진스의 모든 활동을 중단했을 때 향후 실적이 어떻게 될지 한참 전에 시뮬레이션을 마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진스 활동 중단이 하이브 실적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 시각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전통적으로 보이 그룹의 수익성이 걸 그룹보다 뛰어난데 하이브의 캐시 카우(주된 수익원)인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컴백한다. 다른 보이 그룹 ‘세븐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앨범 판매량도 건재하고 신인 보이 그룹인 ‘엔하이픈’과 ‘보이넥스트도어’의 앨범도 잘 팔리고 있다. 하이브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의 유료화도 곧 시작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하이브의 몸값이 경쟁 엔터테인먼트사 대비 높았던 것은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통한 리스크 분산 덕분이다. 뉴진스의 어도어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BTS의 빅히트, 세븐틴의 플레디스, 엔하이픈의 필리프랩, 걸 그룹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등이 버티고 있다면 경쟁력 있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얼마든지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감성을 배제하고 재무적으로만, 기업 경영 측면으로만 보면 뉴진스 없는 하이브보다 하이브 없는 뉴진스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관계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민 전 대표는 26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하이브가 업무를 방해해 뉴진스의 활동이 중단됐다” “하이브가 돈을 줄 테니 나가라고 했다” “해외 홍보 대행사에 나에 대한 비방 자료를 뿌렸다”라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같은 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진스 활동 중단은 민 전 대표의 업무 태만 때문” “돈을 주겠다고 한 적 없다” “비방 자료를 받지 않았다는 대행사의 답변(증거)이 있다”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진욱 기자(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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