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최대 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두나무 지분을 확보하면서 발행한 전환사채(CB) 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공백에 이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으로 주가가 계속 떨어져서다.
가진 돈이 부족한데다 두나무 장외 주가가 떨어져 차환(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한 채권으로 상환) 가능성이 유력시 되지만 투자자를 끌어모을 지는 미지수다. 뉴진스 활동 여부와 BTS 컴백으로 실적이 올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4000억 풋옵션 행사 비율 70% 육박...증가 가능성
2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이브가 발행한 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에 대한 행사 비율이 68.5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규모는 2743억원이다. 하이브는 오는 11월 5일 풋옵션을 행사한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풋옵션 행사 종료일은 10월7일로 행사 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CB란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투자자는 투자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 상환을 요구해 원금과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이브는 지난 2021년 11월 5일 4000억원 규모의 '제3회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두나무와 가상자산과 엔터테인먼트 공동 사업을 추진하면서 두나무 장외 주식 2.47%를 5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자금을 썼다. 인수 자금 대부분을 CB로 충당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B 발행 당시 하이브의 주가는 38만3500원이다. CB 행사 시작일인 지난 6일 주가는 16만5600원으로 CB 발행 시점에 비해 56.8% 떨어졌다. 26일 장 마감 기준 주가는 16만8000원으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의 핵심 아티스트인 BTS 멤버 일부가 군복무를 하면서 공백이 생긴 데다, 민 전 대표와의 갈등이 공론화·장기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이브는 지난 4월 22일 민 전 대표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고 알린 데 이어, 25일에는 민 전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하이브, 현금 '역부족'...차환 가능성 무게
하이브가 상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우선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법이다. 문제는 곳간 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별도 기준 하이브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982억원으로 빠듯한 실정이다. 앞으로 풋옵션 행사가 늘어나면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두나무 주식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두나무와 하이브는 오는 11월23일까지 서로 지분을 팔 수 없는 주식양도 제한에 걸려있다. 주식을 팔더라도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인수 당시 두나무 주식은 50만원대에 달했지만 27일 현재 10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브가 보유한 두나무의 지분 가치는 903억원으로 평가손실만 4000억원이 넘는다.
업계에서는 CB발행을 통한 차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실제 하이브는 3회차 CB와 같은 조건으로 4회차 CB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3회차와 마찬가지로 표면금리와 만기이자율은 모두 0%이며,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없다. 리픽싱은 주가가 떨어지면 이에 따라 행사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요건을 말한다. 하이브의 3·4차 CB 발행 조건은 투자자에게 다소 불리한 내용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를 모으려면 주가 상승 기대감이 따라줘야 한다. 최근 하이브와 민 전 대표와 갈등이 또 다시 격화되면서 낙관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어도어의 대표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복직을 요구했지만 하이브가 이를 거절하면서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는 민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한 협상 내용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양측이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가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브의 연결기준 예상 매출은 5241억원, 영업이익은 591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8.7% 감소한 규모다.
이 연구원은 "뉴진스의 노이즈 직접 관여로 향후 (하이브의) 시나리오가 상당히 좁혀졌다"며 "보수적 접근을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뉴진스의 향후 활동을 모두 제거해 실적 추정치를 내려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BTS의 컴백은 긍정 요인으로 여겨진다. 이 연구원은 "다가올 실적 반등과 중장기 성장 동력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 내년 BTS가 완전체로 컴백할 가능성이 큰 건 하이브의 호재다. 실적 성장 가시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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