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가 제시한 데드라인이 지났다. 멤버 민지는 지난 1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건 민희진이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라며 "방(시혁) 회장과 하이브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귀시켜 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약속된 기일이 지났다. 어도어는 '절충안'으로 답을 했다. 하지만 뉴진스는 27일 이 시간까지 아직 답이 없다.
대신 뉴진스의 프로듀서인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답했다. 민 전 대표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유) 세종과 함께 언론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마콜컨설팅그룹은 "사내이사 선임은 대주주인 하이브가 결정하는 것이므로 현 시점에서 민희진 전 대표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어도어 이사회는 9월 11일 오전, 민희진 전 대표에게 향후 5년간 뉴진스 프로듀싱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말만 있었을 뿐 초안에 있던 일방적인 해지권 등 수많은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진정성 있는 제안은 전혀 없다. 절충안 제시라는 표현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민 전 대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도어 대표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도어가 제시한 절충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민 전 대표의 목적은 뉴진스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민 전 대표의 답변이 뉴진스의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민 전 대표의 입장으로 뉴진스의 입장을 갈음할 수 없다. 왜일까? 그들 스스로 11일 라이브 방송에서 이번 입장 발표 과정에서 민 전 대표의 개입이 없었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물론 뉴진스가 아직 입장 정리 중일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어도어는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수용 불가한 것으로 논의했다"면서 "뉴진스 멤버들에게는 금일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여러 질의 내용에 대해 이메일로 상세한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그 '상세한 답변'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문제제기가 뉴진스로부터 시작됐고, 그들의 요구에 대한 답변을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뉴진스가 그 답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차례라 할 수 있다.
뉴진스가 할 수 있는 결정은 둘 중 하나다. '수용' 혹은 '거절'이다. 전자라면 어도어의 절충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도어 입장에서는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민 전 대표가 여전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는 상황 속에서 뉴진스가 이를 그대로 수긍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그들 입장의 또 다른 절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업계 내에서는 "절충안을 내놓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절충안이 있다는 것은 어도어와의 동행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 즉 거절이라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민희진의 대표 복귀'를 무작정 원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이사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표 해임을 결정한 것인데, 이를 번복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절은 곧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표준계약서 상에는 서로에 대한 성실 의무 역시 담겨 있기 때문에 계약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 속에서 뉴진스가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태업을 한다면 이 역시 계약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당분간 뉴진스가 직접적인 입장 발표를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그 이유 역시 아이러니하게 민 전 대표와 관련이 있다. 민 전 대표 측은 "민희진 전 대표는 잘못된 계약으로 임기만 연장되었을 때, 뉴진스의 정상적인 아티스트 활동을 보장받지 못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민희진 전 대표는 대표이사로서의 복귀 의사를 명확히 밝힘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하이브의 진정성을 갖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즉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의 절충안에 대해 또 다시 숙제를 던졌다. 절충안에 '진정성'을 더하라는 주문이다. 그 진정성이 과연 무엇일지 민 전 대표의 속내는 알 수 없다. 다만, '대표이사로서의 복귀 의사를 명확히 밝힘'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즉 현재 어도어의 절충안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원점이다. 그리고 이런 주문에 대해 어도어의 답변이 나오면 이 때쯤 뉴진스도 입을 다시 열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뉴진스와 민 전 대표가 의견을 교류하고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 전 대표가 그들의 대변자가 되는 모습은 곤란하다. 그들이 11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강조했던 자율, 독립적인 모습과 배치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본인들이 침묵을 끊고 하이브의 절충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때가 됐다.
윤준호(칼럼니스트)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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