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수백억원대 코인 사기 혐의로 송치된 암호화폐 발행 회사 대표와 협업한 요리사들이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흑백요리사)’에 출연하자 피해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인 어드바이저로 참여한 오세득·최현석 셰프(오·최 셰프)가 투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손실이 커진 부분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방송 노출로 홍보되는 모습에 못마땅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6월 20일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암호화폐 ‘아고브’ 발행사 클럽레어 대표 정모(44)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정 대표는 2021년 1월부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발행한 암호화폐 ‘아고브(AGOV)’가 곧 빗썸이나 코인원과 같은 주요 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라고 속이고, 또 다른 암호화폐 ‘임파워(MPWR)’의 유통량을 허위로 공시하는 등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암호화폐들 앞서 정 대표가 가장 먼저 발행한 것이 힌트코인이다. 순서별로 코인과 프로젝트를 보면 2018년 7월 힌트코인(소비자와 푸드 기업 연결 플랫폼)→2020년 11월 아고브 코인(식자재관련 거래소, 희귀명품 경매)→2021년 11월 임파워 코인(유틸리티 코인)이다.
정 대표가 발행한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은 입은 피해자들은 “힌트코인으로 끌어모은 자금력을 가지고 아고브랑 임파워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정 대표가 삼성전자·NC소프트 출신이자 과거 명품 플랫폼 사업 등 창업으로 성공을 거둔 사업가로 알려져 있던 탓에 신뢰감이 높아 사기라고 인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실제 정 대표에 대한 사기 혐의의 검찰 고소장 접수가 이뤄진 시기는 지난해 10월 23일이다. 이는 힌트코인이 지난해 3월 상장폐지된지 7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힌트코인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사업은 없었고, 몇몇만 고소해 실제 피해액은 약 1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는 검찰 단계에서 정 대표의 자금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힌트재단에서는 여타 사기 업체와 같이 새로운 사업으로 갈아타면서 힌트코인으로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에게는 아고브 코인으로 에어드랍(무상지급)해줬다.
◆힌트코인 어드바이저 오·최 셰프
문제는 오·최 셰프가 이 코인 사업에 발단인 힌트코인 투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이 코인에 대한 어드바이저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어드바이저는 주로 코인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사업 방향, 기술적 검토, 시장 분석 등을 도와주며, 때로는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얼굴 역할을 맡는다.
오·최 셰프는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면서 공식적으로 최소 억단위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힌트코인 상장 명세서에 따르면 어드바이저는 전체 발행한 코인 9억 3204만 8817개 중 5%를 받는다. 어림잡아 4660만개라고 치면 참여한 총 어드바이저 11명의 몫을 나누면 1인당 424만개씩인데 상당 당시 코인 1개당 36.5원인 것을 고려하면 1억 5천 4백만원가량 된다.
힌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음식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소비자와 푸드 기업을 연결하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 플랫폼이라고 소개됐다. 기업은 데이터 구축을 통해 소비자가 담은 푸드 프로필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는 커뮤니티 활동으로 토큰을 보상받을 수 있으며 플랫폼 내 결제와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이다.
실제 오·최 셰프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힌트코인을 홍보하기도 했다. 한 영상에서는 “역량 있는 셰프들을 모아 푸드 분야의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팅 컴퍼니와 차별화된 푸드 플랫폼을 만드는 힌트체인(코인)이 만났다”며 “푸드 산업의 유저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푸드 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힌트코인 1개당 100원으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 아울러 오 셰프는 자신의 SNS를 통해 “최현석(쵸이닷) 오세득(레스토랑 오세득) 레스토랑 70% 할인 이용”이라며 “인트체인이라는 암호화폐 결제 시 가능”이라고 홍보했었다.
◆“‘현금처럼 사용한다’는 말에 수백억 피해”
한 피해자는 “힌트코인 ICO(주식 IPO와 비슷한 개념)할 때 스타 요리사들이 식당에서 실사용 가능하다고 홍보했다”며 “당연히 그걸 보고 다들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힌트코인 투자자들은 모두들 피해를 봤다. 몇천만원 피해를 본 저 같은 투자자들이 널려 있다”며 “가격이 떨어진 후 업체에서는 대부분 스캠 재단들이 그렇듯이 뭔가 하는 듯이 기대감만 주다가 시간 끌고 무대응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지난 17일부터 방영 중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이 두 셰프가 출연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수백억원대 코인 사기에 연루된 백수저 셰프 2명’이라는 주제로 관련 내용을 캡처한 이미지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1개당 50원짜리 코인을 100원 가치로 사용하게 해준다며 수백억원 이상 모금했다”며 “하지만 사용 조건에 일 1~2명 제한 등을 두면서 코인 가격은 0.1원까지 추락, 저 말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수백억원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셰프들은 언론 플레이 및 본인 인스타에 홍보 진행했고, 레스토랑 이용도 할인한 척 했지만 그마저도 사기쳐서 모은 돈에서 처음부터 이용 가격의 100%를 받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 셰프 매니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힌트코인에 어드바이저로 참여해 홍보한 것과 관련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오 셰프님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최 셰프 측에서는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달리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
전문가는 코인으로 실생활에 사용가능하다는 말 자체가 사기성이 짙다고 설명한다. 예자선 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장(변호사)은 “코인을 실생활에서 지불수단으로 쓴다고 홍보했던 것은 권도형의 ‘테라’가 대표적”이라며 “지금은 믿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힌트코인이 발행된 시기가 6년 전이고 유명인들이 나오니까 혹했던 것 같다. 광고를 찍은 사람이 책임져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코인 투자와 관련된 광고하는 사람은 아무라도 믿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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