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에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노상현은 학교도 연애도 관심 밖이고,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흥수를 연기했다. 학교도, 여자도, 연애도 흥미 없는 흥수.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에 누구에게나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타입인 흥수를 노상현은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노상현은 "감사하고, 값진 기회다.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매 과정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이언희 감독은 김고은을 캐스팅한 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노상현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만큼 흥수는 쉽지 않은 캐릭터인 셈. 노상현은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여 있고, 현실적인 대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물들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면서 "재희와 흥수의 성장 스토리와 관계도 매력적이고 스토리와 함께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다채로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성소수자라는 특징은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특징보다는 인물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다. 크게 부담되는 건 없었다"며 "흥수가 성장 과정에서 느꼈을 아픔, 고립감, 수치심을 안고 뭔가 억압된 감정을 자아를 누르면서 살아왔던 과거가 있지만, 재희라는 친구를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하고, 용기 내는 과정을 보면서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역할에 딱히 어려운 감정은 없었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시나리오에 잘 쓰여있었고, 단지 섬세하고, 진심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흥수의 감정선을 잘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노상현은 실제 성소수자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그는 "제가 질문을 하기보다는 그냥 해주시는 얘기를 귀담아들었다. (만나고 나서) 더 진심으로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다소 수위가 높은 장면도 인물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장면이고, 연기면 당연히 해야 한다. 본능에 충실히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고, 이언희 감독님께서 너무 잘 표현해 주시고, 연출적으로 만들어주실 걸 믿었기 때문에 믿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누구나 품고 있다. 저도 인생의 반을 미국에서 살았는데 내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온 적이 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극 중 20살 대학생부터 13년의 세월을 연기하는 노상현은 "대학생 시절은 발랄하고 유쾌하고, 목소리 톤도 업 시키고, 스무 살의 패기 넘치는 마음으로 임했다. 실제 친구와 놀듯이 하려고 했고, 후반부를 지나서 나이가 들 때는 그냥 저대로 연기했다"며 "스타일링 대학생 흥수는 눈에 띄고 싶지 않아 하고, 심플하고 돈이 없다. 현실적이고, 심플한 옷을 찾게 되고 자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으니까 무채색 옷을 많이 입게 되는 면이 있다. 대조적으로 클럽에 간다거나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에 갔을 때는 좀 더 자기를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좀 더 꾸미는 옷을 입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대도시의 사랑법' 속 김고은과 절친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그는 "(김고은과) 함께 출연한다고 했을 때 너무 큰 영광이었다. 워낙 재능도 많고 경험도 많고 잘하는 걸 아니까 촬영 전부터 연기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재밌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생각대로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니까 우려되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첫 만남 때는 서로 낯을 많이 가려서 조용했는데 감독님과 같이 관계자들과 같이 만나서 한 잔씩 하고, 장난도 치고, 사전답사 겸 클럽도 가서 놀기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며 "특히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면서 아주 친해졌다. 극 중 재희 집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긴 시간 동안 붙어서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친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디즈니+ '파친코'에서 선자의 남편이자 목사인 이삭 역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았다. 노상현은 "'파친코' 이삭 같은 경우는 장기간 준비하고, 노력했던 인물이자 작품이어서 소중하게 남아있다. 또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파친코2'까지 찍으면서 3~4년간의 노력이 들어갔고, 특히 '파친코2'를 끝내면서 마지막 날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굉장히 슬펐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촬영 장면이 선자(김민하 분)와 이별하는 신이었는데, 선자와도 마지막이고, '파친코2'와도 마지막이었다"고 회상했다. '파친코'에 이어 '대도시의 사랑법'까지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입증한 노상현이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선보일지 기대감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