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보이밴드 데이식스가 2015년에 데뷔한 지 9년 만에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음원 차트에 발매된 지 오래된 노래들을 줄 세우는가 하면, 지난달 20~22일 사흘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콘서트를 열고 모두 4만여 장에 달하는 콘서트 티켓을 매진시켰다. 이전부터 밴드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데이식스 노래가 유명하긴 했지만 이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처음이다.
이런 인기 비결은 어렵고 복잡하지 않은 노래에 있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를 사용하고,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노래한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며 청춘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준 선수가 결승전에서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상의 절망에 얼어버릴 때 너로 인해 모든 것이 녹아내린다”는 내용의 ‘녹아내려요’, “내일은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HAPPY도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노래로 사랑받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데이식스 노래에는 공격적 메시지나 복잡한 테마가 없고, 지친 세대에 대한 ‘응원가’ 같은 느낌을 준다”며 “멤버들이 전곡을 작사 작곡하는 데다 호불호가 없는 노래를 하면서 더욱 사랑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밴드 음악이 주목받는 가요계 트렌드와도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어 가사와 전자음 위주의 아이돌 음악에 지친 사람들이 밴드 음악으로 발길을 틀었다는 것. 한 가요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FT아일랜드와 씨앤블루 이후 밴드 아이돌의 명맥이 끊겼었는데, 데이식스가 이 틈새를 잘 파고 들어갔다”며 “밴드로서 갖는 실력파 이미지에 아이돌의 비주얼까지 갖춘 보기 드문 사례”라고 했다.
데이식스는 기세를 이어 올 연말 K팝 밴드 최초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메탈리카, 마룬5, 퀸 등 해외 유명 밴드가 고척돔에서 공연을 연 적은 있지만, 국내 밴드가 단독으로 공연한 사례는 없다. JYP 관계자는 “2015년부터 멤버들이 직접 작업해 온 곡이 풍부하게 쌓인 데다 노래에서 위로를 받은 사람들이 데이식스를 더욱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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