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이어 계정 공유 금지 정책 확대에 나선다. 디즈니+는 한국에서 약관 등의 변경은 없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넷플릭스 사례 디즈니+ 역시 조만간 국내에서도 계정 공유 금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최근 디즈니+ 계정 사용자를 늘릴 경우 추가 비용을 매기는 정책을 공개했다. 같은 계정을 이용하는 사용자 1명 추가시 디즈니+ 베이직은 월 6.99달러, 디즈니+ 프리미엄은 월 9.99달러를 더 내야 한다. 사용자 추가시 요금을 더 받는 이 정책은 미국, 코스타 리카, 과테말라,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도입된다.
디즈니 수장인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이용자들이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후 디즈니+ 이용자에 대한 추가 과금 정책을 확대 중이다. 지난 6월엔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추가 과금 정책을 적용한 바 있다. 디즈니+는 당장 한국 약관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한국에서도 조만간 같은 정책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도 일부 남미 국가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계정 공유를 제한한 후 한국에서도 순차적으로 정책을 적용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월 9500원짜리 '베이식 멤버십'의 판매를 중단했다. 신규 가입자는 광고가 붙지 않은 영상을 보려면 최소 1만35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야 해 넷플릭스가 사실상 요금을 4000원 올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한 가구 내에 함께 살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면 매달 5000원을 추가로 내게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OTT 가입자 증가 속도가 둔화하자 이런 틈새 수익화에 나선 셈이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자 디즈니+도 이 같은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OTT 시장 1위 업체인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는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최근에야 흑자로 전환한 상태다. 특히 디즈니+는 한국 시장 내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는 지난해 9월 '무빙' 효과로 월간활성이용자(MAU)가 433만7769명에 달했으나 후속 흥행작의 부재로 올해 8월에는 285만3058명을 기록했다. 지난 4월 MAU가 229만3142명까지 내려갔던 것을 감안하면 회복세이지만, 디즈니+가 넷플릭스는 물론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 OTT보다도 사용자가 적은 상황에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도입하면 기존 이용자마저 이탈할 위험이 있다.
현재 국내 OTT 업체들은 계정 공유 금지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티빙 관계자는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지 얼마 안 됐기에 당장은 추가적인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웨이브 또한 계정 공유를 막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윤 기자 (solidkj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