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옥 판사’를 한층 돋보이게 한 건 박진표 감독의 연출력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대본이 나쁜 건 아니지만, 상당히 거친 편. 태생적 장르의 한계와 ‘저게 말이 되느냐’는 개연성 부족을 극복하는 게 드라마 성패를 좌우할 승부처였다. 채널이 돌아가는 과속방지턱이 나올 때마다 좋은 승차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인공의 서사를 잘 쌓아야 했다. 이를 위해 강빛나의 미세한 감정 변화와 그라데이션, 강약 조절이 관건인데 이 지점에서 감독의 불 조절 솜씨가 빛났다.
찾아보니 영화 ‘죽어도 좋아’(2002), ‘너는 내 운명’(2005), ‘그놈 목소리’(2007)로 유명한 박진표다. 에이즈에 걸린 다방 아가씨(전도연)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시골 청년(황정민)의 순애보는 당시 270만 명의 눈물샘을 건드렸고 박진표는 청룡영화상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1991년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극화한 ‘그놈 목소리’ 역시 현상수배극이라는 독특한 부제가 붙으며 영구미제사건을 세상에 환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김명민)와 장례지도사(하지원)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내 사랑 내 곁에’(2009), ‘공범’(2013) 등을 꾸준히 연출, 제작하며 부조리한 세상에 물음표를 찍고 반기를 드는 감독으로 필모를 채워나갔다. 이 같은 ‘반골’ 기질은 그의 첫 직장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로 일하며 다져진 게 아닐까 싶다.
이후에도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김명민)와 장례지도사(하지원)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내 사랑 내 곁에’(2009), ‘공범’(2013) 등을 꾸준히 연출, 제작하며 부조리한 세상에 물음표를 찍고 반기를 드는 감독으로 필모를 채워나갔다. 이 같은 ‘반골’ 기질은 그의 첫 직장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로 일하며 다져진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