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지난 15일 국회는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으로 내내 시끌시끌했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 문제에 대해 발언할 참고인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정상급 아이돌의 첫 국정감사 참석만으로도 큰 관심이 쏠렸다. 하니는 상큼한 미소로 국회에 나타나 할 말을 쏟아냈고, 막바지엔 눈물도 쏟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속에서 한창 업무에 집중하셨을 많을 직장인들은 화요일 오후 국감을 보기 어려웠겠지만, 업무이기에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던 선택된 월급쟁이는 생각이 많아졌다.
하니가 입었다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내용은 국감 이전 뉴진스의 긴급 라이브 방송과 이어진 공방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하니는 하이브 산하의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인 아일릿의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이전에도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인사했다가 무시당한 일이 수차례 있었다고 폭로했던 터다. 아티스트를 보듬고 관리해야 할 소속사로선 치명적일 수 있는 불찰이다.
여기에 국회가 나섰다. 이를 두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진정이 노동 당국에 접수되고, 하니의 국감 출석이 성사되기에 이른 것이다. 국감장에서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이 사안은 특정 그룹 문제나 가십성 이슈로 보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무시해'라는 타 가수 매니저의 말에 상처입었다는 하니의 경험을 업계의 일반적 구조적 사례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뉴진스 같은 그룹 멤버가 한해 50억 이상을 정산받은 이듬해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니, 민희진(뉴진스) 대 하이브 갈등이란 상황을 떼어놓고는 납득 자체가 불가능한 특수 사례가 아닌지. 특성상 단체생활이 불가피한 아이돌 멤버들이 서로 혹은 회사와 갈등을 빚다 벌어지는 왕따나 따돌림이 아니라, 하니 사례를 '아이돌 따돌림 실태'라고 명명한 대목도 국회의 '엔터알못'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더욱이 '무시해' 발언 피해는 양측 주장이 180도 상반된 사안이다. 빌리프랩은 "아일릿 의전담당 구성원(매니저)은 뉴진스 멤버에 대해 '무시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반박 입장도 냈다. 증거가 될 관련 CCTV 영상이 삭제된 과정을 두고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데 일방의 주장이 국감에서 다뤄졌다.
환노위는 아이돌 스타를 통상적 의미의 '직장인'으로 볼 수 있냐는 여러 의문을 무시하고 하니의 국감 참석을 그저 반겼다.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범위에 대해서도 별 언급이 없었다. 2019년 제정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먹고 살자니 을의 지위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갑을의 고용관계가 전제인데 그 범주에 뉴진스 하니를 둘 수 있는지, '무시해' 발언으로 그 심기를 건드린 매니저가 하니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지위인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하이브와 대립각을 세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지난 4월 25일 기자회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맨얼굴에 캡모자를 눌러쓰고 나와 "일개 직장인"을 자처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 및 경영진들을 ''로 호명해 자회사 사장인 자신과 선을 긋고, 능력있는 스타 메이커 직장인이 얼마나 억울했는지 호소했다. 그 전략은 드라마틱하게 대중을 파고들었다.
이번엔 하니다. 그녀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하니야 제 할말을 한 셈이고 분노한 팬이 민원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환노위원장이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고 의원들이 "필요하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 맞장구를 치는 건 다른 문제다. 국감은 뒷전인지 의원이고 다른 증인이고 하니 사진을 찍어대고, 이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국감을 제대로 못하니 헛웃음도 안 나온다.
대표님이 내 인사를 안 받으면 나는 어떻게 할까. 딴 직장인이 나를 무시하란다면 엉떻게 할까. 생각 많은 직장인은 오늘도 초과근무 중이다.
김현록 기자(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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