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막을 방법 없는 ‘아옮’ ‘계옮’…피해자 계속 늘어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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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본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의 내한공연 티켓은 온라인 구매 창구가 열리기 무섭게 매진됐다. 평소 그의 팬이었던 이모(25)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티켓을 양도하는 사람을 찾다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 A 계정을 발견했다. 11만원짜리 자리를 33만원에 판다는 내용이었다.
사기가 아닐까 의심스러웠지만 A 계정 유저는 다이렉트메시지(DM)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티켓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계정 팔로워도 2100명이 넘어 사기에 이용되는 계정이 아닐 거라 생각한 이씨는 안내받은 계좌로 33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해당 유저는 이씨가 입금자 이름을 잘못 적었다며 두 차례 다시 같은 금액을 송금하라고 하더니 잠적해 버렸다. 이씨가 피해를 본 금액은 총 99만원이다.
최근 SNS상에서 인기 공연의 티켓을 양도한다는 말을 믿고 돈을 건넸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씨와 같은 수법으로 A 유저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만 최소 27명으로 파악되는데, 서울 용산경찰서와 대구 동부경찰서 등 각지 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10여만원부터 130여만원까지로 알려진 개별 피해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A 계정에 아직도 티켓 양도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날 우려가 제기된다.
범행 수법은 단순하다. 본인이 산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을 X 등 SNS에 올리고,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이 DM을 보내면 티켓이 있다는 것을 인증하며 계좌 번호를 안내한다. 계좌 번호로 약속한 돈을 입금하면 입금자명이 잘못됐으니 재송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먼저 환불해 주면 다시 입금하겠다고 하는 피해자에겐 해당 계좌가 판매자 본인 계좌가 아니고 티켓 대리구매 업체 계좌라 그럴 수 없다며, 다시 제대로 입금하면 업체에서 알아서 먼저 입금한 돈을 돌려줄 것이라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양도는 ‘아옮’(아이디 옮기기) 혹은 ‘계옮’(계정 옮기기)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통상적으로 자기 이름으로 구매된 티켓만 사용 가능한데, 매크로(여러 작업을 한 번에 묶어서 수행하는 프로그램) 등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다량으로 확보한 이들이 자신의 티켓을 구매 취소하는 순간 동시에 구매 희망자의 계정으로 해당 티켓을 구매 처리해주는 것이다.
일본 밴드 엘르가든 내한공연 티켓을 양도받으려다 40만원의 피해를 봤다는 지모(33)씨는 A 계정 유저에게 환불을 재차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욕설이었다고 말했다. 지씨는 “환불하지 않으면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네 신고하세요’ ‘포기하세요 찡찡거리지 말고’ ‘니 X대로 해 XXX아’라는 답이 왔다”며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으로 신고한 화면을 캡처해 보냈더니 판매자로부터 차단당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경찰에 고소가 접수됐지만, A 계정에는 버젓이 티켓 양도 글이 계속해서 게시되고 있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집단소송 등을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