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발표해 ‘국민 응원가’로 사랑받은 노래 ‘아파트’가 42년 만에 ‘역주행 인기’의 주인공이 될 줄은 노래 주인인 가수 윤수일도 예상하지 못했다.
18일, 여느 때처럼 부산 작업실에서 신곡 녹음에 한창인 그에게 지인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 노래 들어봤느냐”는 질문 세례에 윤수일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유튜브에 접속했다. 그때는 이미 ‘아파트 열풍’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를 휩쓴 뒤였다.
새로운 ‘아파트’ 인기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이끌어냈다. 동명의 신곡 ‘아파트’(APT.)를 발매한 지 닷새 만인 23일 뮤직비디오가 1억 뷰를 돌파하며 글로벌 히트에 성공했다. 비록 멜로디나 소재가 전혀 다른 곡이지만,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MZ세대의 관심이 윤수일의 ‘아파트’까지 쏟아졌다.
윤수일은 23일 오후 스포츠동아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로제의 신곡을 좋게 들었다. 덕분에 내 노래도 많은 관심을 받아 기쁘다”며 웃었다.
“여기저기에서 난리가 났다고 말해줍디다. 제목만 같을 뿐인데 내 이름이 거론되는 건 아무래도 40여 년 전에 발표한 ‘아파트’를 지금까지 기억해준 팬들 덕분이 아닐까요. 여태껏 25장의 음반을 발표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가 ‘아파트’니까요. 가수로서 이런 대표곡을 가질 수 있어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로제가 ‘아파트’를 통해 글로벌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입을 맞추고, 세계적인 유행까지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는 ‘가요계 선배’로서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케이(K)팝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좋은 뮤지션들이 전 방위로 활약하고 있으니 대단할 따름입니다. 우리나라가 음악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부산에서 지내고 있는데, 서울로 올라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로제에게 밥 한번 사주고 싶네요.”
윤수일은 뜻밖의 관심과 응원에 힘을 얻어 ‘컴백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인 신보는 2014년 12월 발매한 ‘부산 여인아’ 이후 꼭 10년 만에 나오는 정규 앨범이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좋은 노래”를 내놓고 싶어 하루 종일 작업에만 매진하며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새 앨범은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내년 초에 정규 앨범을 내려 해요. 새로운 해와 함께 새 음악을 내놓는 걸로 계획 중이죠. 신곡이 나오면 로제와 함께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연계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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