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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밀어내기’ ‘아일릿-뉴진스 표절’까지 “사실 아냐” 일관…지난 주장과 모순 지적도
[일요신문] 2024년 국정감사에서 국내외 K팝 팬덤의 이목을 또 한 번 집중시킨 질의응답이 나왔다. 앞서 그룹 뉴진스(NewJeans)의 멤버 하니가 소속사인 어도어(ADOR)와 모기업 하이브(HYBE)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빌리프랩 대표가 국감 증인석에 선 것. 지난 4월 불거진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 '진흙탕 싸움'에서 처음 제기됐던 하이브의 이른바 '음반 밀어내기' 의혹과 더불어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의 뉴진스 표절 등의 문제가 중점적으로 지적된 가운데, 김 대표는 모든 질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주장 및 반박과 비교했을 때 다소 모순되는 지점들이 있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종합 국정감사에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정보/소식] 하이브의 적은 하이브?…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국감서 모든 의혹 '부인' | 인스티즈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종합 국정감사에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대표는 문체위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국감 출석이 주목 받은 이유는 이날 국감장에서 '아일릿-뉴진스 표절 논란'과 더불어 하이브의 각종 의혹과 논란이 공개적으로 다뤄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 배경을 설명하면서 하이브 측이 어도어에 뉴진스의 '음반 밀어내기'를 권유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음반 밀어내기란 기획사가 앨범 초동 판매량(발매 일주일간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앨범 판매사나 유통사에게 물량을 대규모로 구매하게 한 뒤, 향후 팬 사인회 등 행사로 판매를 보상 또는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의 EP '겟 업(Get Up)' 음반 발매 시 에스파의 초동 기록을 꺾을 수 있다며 10만 장의 밀어내기를 권유했으나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히며 이와 관련해 하이브 측과 나눴던 업무 메신저 대화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상대방이 "앨범 관련해서 추가 10만 장 사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6월 공연 이후에 반품 가능한 조건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일본에는 일단 25만 장 수준으로 보내는 것으로 협의했다. 다만 이번엔 반품 조항을 넣어서 판매 부진시에는 반품 가능하도록 협의했다"고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의원은 "하이브에서 초동 판매량을 높이려고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더라. 첫 번째는 앨범을 반품조건부로 판매하는 것, 두 번째는 팬사인회나 럭키드로우 등 이벤트 응모를 미끼로 처분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2023년 하이브 측으로부터 뉴진스의 '음반 밀어내기'를 제안받았다고 폭로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2023년 하이브 측으로부터 뉴진스의 '음반 밀어내기'를 제안받았다고 폭로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에 김 대표는 "저희는 반품조건부로 판매한 적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감사를 진행했는데 회사의 방침이 아닌 실무자의 판단으로 일부 반품이 이뤄진 게 확인됐다.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규정을 만들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이 '시장 교란 행위'라는 민 의원의 지적에는 "실제 밀어내기가 없었기 때문에 교란 행위가 아니다. 반품조건부로 판매한 물량이 시장을 교란하거나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보다 앞서 민 전 대표의 첫 폭로가 있었던 당시에는 민 전 대표와 음반 밀어내기 관련 대화를 나누긴 했으나 '격의없이 이뤄진 대화의 일부'였고 실제로는 그런 사례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어 두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K팝 엔터사에 있어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 판매량의 경우 향후 투자자들의 방향을 결정 짓는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주목해 본다면 단순 실무자에 불과한 직원이 윗선과 어떤 상의도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이 같은 중요한 일을 결정해 산하 레이블에 전달할 수 있는지에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질문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 대표는 "(표절은) 사실이 아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빌리프랩 대표로서 말씀드리겠다"며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제기해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이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법원을 통해 밝힐 테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0월 11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어도어 대표이사 재선임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서 민 전 대표 측은 아일릿이 그룹 기획단계에서부터 뉴진스의 기획안을 받아 표절했다는 내부 제보를 공개했다. 해당 제보에 따르면 하이브 내부 직원은 아일릿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일릿 구상 단계부터 뉴진스의 기획안을 요청해 이를 전달했고, 이후 아일릿의 기획안이 뉴진스의 기획안과 똑같이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직원은 "아일릿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요청으로 자료를 전달했지만 똑같이 만들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다 똑같은 자료가 법원에 제출돼 있는 것 같은데, 이걸 다 보고 참고한 건데 왜 아니라고 하지?"라며 빌리프랩에서 해당 표절 의혹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소식] 하이브의 적은 하이브?…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국감서 모든 의혹 '부인' | 인스티즈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아일릿-뉴진스 표절 의혹에 대해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는 "법원에서 밝힐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사진=빌리프랩 유튜브 채널 캡처
이에 빌리프랩 측은 실제 해당 기획안을 받아보긴 했지만 이미 아일릿의 브랜딩 전략과 콘셉트가 최종 확정된 2023년 7월 21일 이후인 2023년 8월 28일에 받은 기획안이었다고 반박했다. 시점상 아일릿의 콘셉트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미 콘셉트가 확정된 상태인데 별개 운영되고 있는 타 레이블의 다른 그룹 기획안을 뒤늦게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심지어 아일릿은 2023년 9월 1일 최종회가 방송된 JTBC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알 유 넥스트?'로 데뷔했기에,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데뷔조가 결성되기도 전에 모든 게 내정돼 있던 것이 돼 추가적인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 김 대표가 이 의혹에 대해서도 말을 아낀 만큼 진실은 향후 민 전 대표와의 민형사소송 법정에서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하이브 내부 문건 가운데 하나인 '업계 동향 리뷰'가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민 전 대표가 "위버스매거진으로부터 매주 내부 회람되는 문서로 편파적이고 편향된 내용이 지속된 것" "객관성도 결여된 공신력 없는 개인의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 마치 대표성을 가진 듯 전사 임원들에게 배포돼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며, 그 내용의 편향성 때문에 일종의 목적성을 띤 선전/전파를 위해 배포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고 지적했던 바로 그 문서로 전해진다. 

민형배 의원은 이 문서에 적시된 타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 문구를 일부 공개했다. "미안한 말이긴 한데 성형이 너무 심했음. 이렇게까지 얼굴을 바꿔서 가져 나온 콘셉트가 너무 시시하니 좀 더 안타깝긴 한데" "어리면 다냐 싶음.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를 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님" "못생김의 시너지가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멘탈 방어가 거의 되기 어려운 환경에 장기간 노출된 흔적이 강하고 그게 특히 외모나 섹스어필에서 드러난 경향이 두드러짐"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동향 보고'라는 이름으로 사내 공유되고 있었다. 

민 의원은 "외모 평가나 질 낮은 표현들이 있는데 문제는 이 표현들이 미성년자에 대한 것이라는 거다. 대중문화산업법 권익보호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대표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희는 K팝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하이브에 소속된 아티스트 및 전반에 대해 여러 가지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이 문서는 하이브의 공식 문서는 아니고 온라인상에 올라온 글을 종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익인1
태호야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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