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소녀가 생생히 펼치는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모두가 몇십 분 전의 음원을 곱씹고 있었다. 애매한 기분을 품고서 음악 감상회장을 나와 당일 만난 동료들과 늦은 식사를 했는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평론가와 관계자들의 첫 반응이 미지근하거나 부정적이면 반드시 성공하는 법이다. 아일릿, 얼마나 잘 되려고?
아일릿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생경한 경험이 노래 가사처럼 '슈퍼 이끌림'을 부른다.
이런 일련의 입체적인 해석을 간편하게 압축하는 해석이 '뉴진스스러움'이다. 데뷔 전 티저 이미지부터 멤버 구성, 음악의 성격까지 많은 부분에서 뉴진스와의 비교가 쏟아진다.
뉴진스 이후 등장한 걸그룹에서 뉴진스의 영향을 지우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2022년 데뷔와 동시에 걸그룹의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며 최초와 최고, 대안으로의 영역을 선점한 뉴진스다. 완전히 이질적인 콘셉트로 등장하지 않는 이상 뉴진스와의 비교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는 뉴진스의 잔상에서 기시감을 찾기보다 뉴진스의 유산을 어떤 관점에서 받아들여 새로운 해석을 내놓느냐가 중요해졌다.
그 점에서 아일릿과 뉴진스의 다른 점을 확인해 보자. 지난해 본지에 기고한 '2023년 K팝은, 기승전뉴진스였다'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듯, 뉴진스의 세계는 '중앙집권 구조로 단단히 엮여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환상의 세트장이다. 민희진 어도어 총괄프로듀서를 주축으로 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 소속 음악가들의 창작을 통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해외 대중음악과 패션의 대안적 흐름을 케이팝의 양식으로 스타일링하여 이음새를 찾아볼 수 없이 매끈한 모습으로 재단한 결과물이다. 당연히 아일릿은 뉴진스와 같을 수 없다. 앨범 크레딧에는 빌리프랩 레이블을 중심으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노주환 쏘스뮤직 프로듀서, 빅히트 뮤직 프로듀서 슬로우 래빗 등 하이브 레이블 그룹의 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이 대거 등장한다. 이 지점이 재미있다. 아일릿은 수렴이 아니라 발산이다. '10대들이 좋아하는 10대', '과몰입'이라는 주제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이를 종합하여 내놓은 모습이다.
뉴진스의 감각을 동시대 아시아에 적용, 응용하여 해석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비주얼 디렉터로 호평받던 허세련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실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