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년이여 Shine Alive - 지드래곤 [인물]
연예인들의 연예인, 아이돌들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남자.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별명에 불만을 토하는 사람이 없는 남자. 무엇보다 나의 롤모델이자, 나라는 사람을 바꿔준 남자. 내 인생에 덕질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심어 준 남자.
몇 년만에 그 사람의 컴백 소식이 들려왔다. 그 기쁨에 취해 이번에는 내 나름의 주접으로 한가득 채워보려 한다.
빅뱅은 내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무렵에 데뷔했다. 반다나를 목에 두르고, 발목까지 높게 솟은 두꺼운 하이탑을 신고, 칼군무가 정석이던 시절에 설렁설렁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던 신기한 그룹. 아이돌 성공의 정도와도 같은 흐름에서 어긋난 정도가 아니라 이탈을 해버린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그 사이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던 사람. 지드래곤이다.
지드래곤은 그 당시의 나와는 어느 면으로 봐도 정반대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다. 그때의 나는 프롬프트 같은 사람이었다. 엄마나 아빠가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값을 계산적으로 출력하며 살았다.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하고, 머리 자르라고 하면 자르고 오고, 이렇게 입으라고 하면 그대로 입는 자기의 주관과 색이 없는 흐리멍덩한 인간이었다.
범인에서 벗어난 이들이 뛰노는 들판에서조차 자기만의 색을 눈부시게 빛내며 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며 살아가던 지드래곤은 어디서 어떻게 봐도 나의 대척점에 서 있는 남자였다.
누구나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자기만의 길을 나아가는 자세를 동경했다.
내가 되고 싶었던 삶을 보여주었던 덕에 그 사람의 모든 게 멋있었다. 나도 저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 내 손으로 직접 옷을 골라서 입었다. 엄마가 골라주는 옷이 아니라 뭣 모르더라도 내가 입고 싶은 것으로, 내가 입고 싶은 데로 입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눈 뜨고 못 봐줄 꼴이었다. 어쩔 줄을 몰라 일단 튀는 것만 골라 입은 결과는 처참했다. 분명히 눈에 띄는 꼴은 맞았으나 좋은 방향으로 이목을 끄는 건 아니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처음이라 서툴렀을 뿐이고, 지금은 그런 과도기를 여러 번 거쳐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정착했다.
패션으로 시작했지만, 그 끝은 빅뱅 그리고 지드래곤의 음악으로 이어졌다. 어느 매체의 글에서 빅뱅의 음악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라 소개했다. 그게 지드래곤이 원하던 음악이었는지, 빅뱅이 추구하던 길이 맞는지는 모른다.
내가 들었던 빅뱅의 노래는 내가 그 노래를 들으며 자랐던 날들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는 세이브 포인트가 맞다.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VIP들은 그 시절 빅뱅의 노래와 무대를 찾는다. 거짓말을 듣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나의 학창 시절과 그때의 풋풋한 내음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에게 지드래곤은 나침반 같은 사람이다. 내 안의 소년이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그의 음악과 빅뱅의 노래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제 서른 살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보니 낭만과 재미보다 현실과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해도 차가운 이성으로 점철된 인생은 너무 삭막한 것 같아 가끔이라도 재미와 즐거움으로 눈을 돌린다.
잠시라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뭔지, 나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만 생각하면서 나다움을 찾아갈 수 있는 건 어린 날의 나에게 지드래곤이라는 사람이 있었던 덕분이다.
시대의 아이콘이나 연예인의 연예인 같은 거창한 말은 잘 모르겠다. 나에게 지드래곤은 내가 나일 수 있게 해준 사람이지만, 내가 바라는 지드래곤의 모습은 없다. 언제, 어떤 모습이더라도 그 시간 속에 살아가는 그 사람의 모습으로 지드래곤을 받아들인다.
그게 팬이자 동경하던 소년에서 성년으로 자란 내가 보낼 수 있는 최소이자 최대의 보답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