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스포츠서울은 단독 보도를 통해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처음 공개된 후 파장이 일고 있는 하이브 사내 문건인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가 방시혁 의장의 의도로 작성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를 작성한 전 위버스 매거진 K 실장에 대해 관계자 A씨는 “내가 아는 방시혁은 게시판을 전부 다 뒤지는 사람이다. 업계 동향과 의견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라며 “K 실장이 X(구 트위터)를 비롯해 각종 팬덤 게시판을 탈탈 털고 그 얘기를 다 긁어서 보고를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K 실장과 방시혁 의장의 인연은 지난 2000년대에 방시혁 의장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2005년 전후에 시작됐다. 당시 기자였던 K 실장은 매체 편집장을 하며 기획사 컨설팅을 도맡아 했고, 이후 방 의장이 하이브를 설립하고 위버스 매거진 편집장으로 합류했다.
관계자 B씨의 증언에 따르면 방 의장은 글을 잘 쓰는 기자나 평론가에 지속적으로 접촉했으며, 업계에서 영향력이 있던 K 실장을 임원급으로 스카웃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서울 측은 추가로 입수한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하이브 사내 문건에 대해 외모 품평이나 무대 연습 등 부분들이 담겨 있음을 밝히며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해당 문건을 공유 받고 문제 제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하이브 임원인 박지원 대표 이사에는 “읽지 마라”고, 당시 최고인사책임자였던 김주영 대표에는 “한 개인의 의견으로 생각하라”는 피드백을 받았으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지난 2005년 방시혁 의장이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된 연예 기획사다. 설립 후 지난 2013년 데뷔한 그룹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케이팝 그룹이 되고 지난 2019년 사명을 변경한 뒤 여러 기획사를 산하 레이블로 편입하며 성장해 왔다.
현재 하이브 산하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빅히트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KOZ엔터테인먼트, 빌리프랩, 어도어 등이 소속돼 있으며, 이외에 하이브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에 해외 레이블도 소속돼 있다.
하이브는 케이팝을 대표하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는 다르게 음악을 기반으로 게임 사업, 웹툰, 플랫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했다. 이런 하이브의 행보에 대해 국내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올해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내홍으로 시작돼 최근 하이브 사내 문건까지 공개되며 많은 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24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하이브 사내 문건인 ‘음악 산업 리포트’ 내용을 공개하며 파장이 일었다. 해당 문건에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그룹에 대한 평가와 이들과 비교하는 타소속사의 K-POP 그룹에 대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외모 품평, 사생활,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 바이럴 마케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이브의 기업 소개문에는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콘텐츠와 우리의 고객인 팬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높은 기준과 끊임없는 개선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지만,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 자체가 팬을 최우선 가치로 뒀다고 할 수 없다.
하이브의 ‘음악 산업 리포트’는 타소속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소속 아티스트들도 아티스트가 아닌 그저 회사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가치를 따지는 도구로 평가됐다. 해당 문건에는 “뉴 버리고 새로 판을 짜면 될 일”, “투어 규모를 키우면서 보이그룹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음”, “멤버마다 어울리는 강아지종을 정해줘서 여초(여성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이럴 해야 됨”, “데뷔 초에 나왔던 알페스 팬픽이 4세대에서 레전드 팬픽이 됨. 이 글로 관계성 환상이 부풀러짐” “진짜 연애가 있는데 망상설이 먹힐 이유가 없음” 등 아티스트들에 대한 평가 내용이 담겼다.
타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아무도 안 예쁨”, “성형이 너무 심했음”, “다른 멤버들은 놀랄 만큼 못생겼음”, “외모나 섹스어필에 관련되어 드러나는 경향이 두드러짐”, “멤버들 꾸밈새나 연습 상태나 대학교 동아리 수준 이상이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 등 미성년자 멤버들도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외모 품평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마치 케이팝 업계를 위한 보고서인 것처럼 ‘음악 산업 리포트’라고 칭했지만 그 내용은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해 마케팅 수단으로 가치를 따지고, 다른 소속 아티스트들은 그저 비방하고 깎아내리기 바쁜, 각종 커뮤니티에서 가져온 악플 모음집일 뿐이다.
이런 하이브 내부 문건은 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케이팝을 사랑하는 팬들에도 큰 상처와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에 팬들은 하이브 불매 운동을 시작하며 대응 중이지만, 하이브 측에서는 이재상 CEO의 이름으로 올라온 “각 소속사에는 별도로 연락드려 직접 사과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하이브 뮤직그룹의 모든 아티스트 분들께도 진심을 다해 공식 사과를 전하고 있다”는 입장문만 하나 올라왔을 뿐, 실제 피해 아티스트들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국내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케이팝 안에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포함돼 있고, 모두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서포트 하고 ‘최초’, ‘최고’라는 타이틀이 붙게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아티스트들의 뒤에서 그들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팬들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이런 팬들을 대상으로 그저 수익을 올릴 마케팅만 하기 바빴던 것인지, 하이브 내부 문건 속에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한 사람으로 존중받기보다 그저 가치를 따지는 상품에 불과했다.
케이팝 업계를 성장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할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케이팝의 중심인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중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케이팝의 미래를 이끌 것이며, 팬들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내용은 왜 회사 소개문에 포함돼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많은 아티스트들과 팬들에게 상처를 주고 신뢰를 잃은 하이브가 어떤 대응으로 현재 상황을 회복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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