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개나 줘"라는 말을 쉽게 하고, 법과 정의의 실현 따윈 안중에 없다. 꺼먼 속내만 남았다. 살인을 저지른 악인 10명을 처형해 다시 지옥으로 올라가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늘 연구한다. 악인을 찾아내면 곧 처단한다.
박신혜는 악을 처단하는 악마 유스티티아에 빙의된 강빛나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판사로서 죄인을 풀어주고 사적으로 보복하는 형태다.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고민이 없다. 악인이라 판단되면 곧 칼을 든다. 타인의 신체를 갈기갈기 훼손하는 데 표정은 웃고 있다. 죄인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다.
타격 무술을 배운 박신혜의 주먹은 타격감도 좋다. 시원시원하게 때린다. 대리보복이라는 설정 덕에 시청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지옥에서 온 판사'가 2회를 남겨둔 시점까지, 박신혜가 '하드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 전반의 설계를 영리하게 했다. 매우 연극적인 톤이다. 다소 과하다 싶은 느낌도 있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시청자를 유입했다. 폭력성이 너무 짙을 뿐 아니라 죄인의 잘못 역시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어, 리얼하게 느껴지면 불편할 수 있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거부감을 희석시킨 게 강빛나 캐릭터다. 철저하게 판타지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여기에 박신혜 특유의 러블리한 매력도 고루 섞여 있다. 제멋대로이고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인물, 거기에 폭력적이고 잔혹함에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절대 미워보여선 안 되는 주인공의 법칙을 충실히 지킨다. 사랑스러운 악마를 만들어낸 박신혜의 내공은 분명 칭찬 받을 대목이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박신혜의 필모그래피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 나온 박신혜는 주로 보편적이고 평이한 인물을 많이 맡아왔다. 일상에 발 붙인 현실적인 인물이 많았다.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캔디형 캐릭터’가 많았다. 그의 연기와 표정에서 익숙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강빛나를 통해 스펙트럼을 크게 확장했다.
원톱 주인공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다. 8%만 나와도 호성적이 나오는 요즘 분위기에서 '지옥에서 온 판사'는 6회부터 10%를 넘겼다. 최고 시청률은 13.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다. '커넥션' 지성, '굿파트너' 장나라 등 각축전이 예상되는 SBS 연기대상에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누가 받아도 겸허히 인정할만한 경쟁력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강빛나는 악하고 못되면서도 보기싫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데, 박신혜가 자신의 매력으로 사랑스러운 악마를 구축했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박신혜 개인에게도 크게 의미 있을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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