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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게 내 인생을 바꿨어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한국에서 활동하고 돌아가니 일본 후배들이 나를 롤모델이라고 해주더라고요."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대한민국이 아이돌 서바이벌 열기로 뜨겁던 2018년, 한 일본인 소녀가 한국을 방문했다. 바로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의 멤버 혼다 히토미. 당시 데뷔 5년 차로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한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그 결정은 '일생일대의 선택'이 됐다.
한국에 온 히토미는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그 노력이 시청자들에게도 닿아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의 멤버가 됐다. 한국 아이돌 그룹으로 2년 반 동안 활동하는 사이 히토미는 놀라운 '성장'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던 그는 공부 끝에 한국어능력시험 5급을 따고 작사까지 하는 '한국어 능력자'로 거듭났다. 한국 음식과 문화에도 익숙해지면서 이 곳이 히토미에겐 또 다른 터전이 됐다.
히토미는 2022년 일본에 돌아간 뒤 아이돌과 배우로 활발히 활동했으나, 2년 여 만에 AKB48를 졸업했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한 그는 올해 초 다시 한국에 왔고, 인코드에서 연습생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을 처음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갈고 닦는 시간을 가진 히토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10월 신인 걸그룹 세이마이네임으로 데뷔하게 됐다. 팀에서 맏언니이자 리더가 되며 AKB48, 아이즈원 때와는 또다른 멋진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는 히토미다.
히토미의 한국어 실력은 놀라웠다. 어떤 어려운 단어도 막힘 없이 이해하고 조리 있게 답하는 히토미에게선 야무진 면모가 돋보였다. 끈기와 열정을 바탕으로 한 단단함이 엿보이는 히토미와의 즐거운 대화를 글로 담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본인 소개 부탁해요.
▶반갑습니다. 저는 데뷔 11년 차이지만 신인인, 걸그룹 세이마이네임의 리더 히토미입니다.(웃음)
-히토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드라마틱하죠. 엠넷 서바이벌 '프로듀스48'에 출연하게 되면서 오게 됐는데, 당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그땐 잘 알지 못했는데, 오디션에 출연하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한국 아이돌들은 알고 있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트와이스 분들을 보면서 'K팝 아이돌들은 멋지구나' 생각했죠. 저 역시 그때 일본에서 아이돌 활동을 했었는데, 일본 아이돌들이 애교가 많다면 K팝 아이돌들은 스타일이 멋져서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고 느꼈어요.
-이미 일본에서 아이돌로 활동 중이었음에도 서바이벌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일본에서 4년 정도 활동했을 때였는데, 서바이벌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그땐 무명이고 인기도 많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했었는데, 그런 얘기가 나와서 '도전하자' 싶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전환점,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보자 했던 것 같아요.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한번 도전해 보자 싶었어요.
-이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얻어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으로 활동하게 됐죠. 낯선 타지에서 활동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한국어를 전혀 못 하던 상태로 오디션에 나왔어요. 아이즈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언어의 벽을 많이 느꼈는데,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으니까 진심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수업받을 시간은 없으니까, 일상생활을 하면서 멤버들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특히 채연 언니가 일본어를 잘해서 도와줬고요. 또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봤는데, 일상에서 나오는 말을 익히려고 '스카이 캐슬'처럼 현실적인 걸 보려고 했어요.
-이후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5급을 따기도 했죠. 바쁜 와중에 한국어를 익히고 자격증까지 땄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2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어요.(미소) 한국어를 얼마나 하는지도 알고 싶었고요. 아쉽게 5급이었지만, 기회가 있으면 더 공부해서 6급을 받고 싶어요.
-가장 놀란 건 한국어로 '회전목마' 작사를 했을 때였어요. 한국인에게도 노랫말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인데 외국인이 언어를 익히는 것은 물론 그걸 감성적으로 풀어낸다는 게.
▶그때 모든 멤버가 작사에 도전했는데, 제가 하게 됐어요. 작사할 때는 일본어로 하고 번역하는 형식으로 했고요. 어려운 표현이 있을 땐 스태프분들의 도움을 받았죠.
-이번 세이마이네임 데뷔 앨범 '난 오늘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된다' 크레디트에도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죠.
▶인코드에 합류했을 때부터 대표님께 작사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바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세이마이네임 7명이 모인 것도 운명이지 않을까 해서 그런 감정을 썼어요. 후렴 빼고는 제가 다 작사했어요. '회전목마' 때보다는 쉽게 한 것 같아요.(미소) 예전에 매일 한국어와 일본어로 일기를 썼는데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해요. 최근에는 한국어로 된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요즘은 시집 '달무리가 파도가 된 밤'을 읽어요.
〈【물 건너온 아이돌】 세이마이네임 히토미 편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