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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제대로 신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 3년 6개월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백현이 K팝 솔로킹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액션, 로맨스, 누아르 등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한" 앨범으로 에리(팬덤명 애칭)들의 심장에 불을 지른 백현. 정규 뺨치는 미니 앨범을 들고 돌아온 그는 컴백 닷새 만에 100만 장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하며 K팝계 기강을 제대로 잡았다. 데뷔 13년 차에도 커리어 하이를 달리는 그의 성장사에 브레이크란 없다. 백현이 걷는 길이 곧 K팝의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인터뷰 황연도
Q 앳스타일과 9년 만의 재회인데, 변함없이 미소년 외모네요. 오늘 촬영 어땠어요?
▲ 오랜만에 앳스타일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저를 잊지 않고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올해 다양한 촬영을 했지만, 이번 화보는 저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업물이었어요.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무척 설렙니다.
Q 3년 6개월 만의 솔로 컴백, 제대하고도 앨범 발매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 음악적으로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졌어요. 몇 년 만에 나오는 거라 부담감이 되게 컸는데, 걱정만 하고 있기보다는 뭐라도 빨리 움직여서 돌파구를 찾아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자아 성찰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다양한 음악들을 듣고 또 들었어요.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무언인지, 어떤 무대를 만들어갈 것인지 깊게 고민했던 시간이었어요.
Q 그렇게 나온 앨범이 'Hello, World'인데, 미니 앨범을 정규 급으로 들고나온 건 반칙 아닌가요?
▲ 오랜만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보니, 미니 앨범임에도 퀄리티를 최대로 높이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미니인데 이렇게 좋잖아!"하실 수 있도록 말이죠.
Q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한"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시도가 담긴 앨범이기도 해요.
▲ 에리들이 오래 기다려준 만큼 제 모습을 전부 다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담긴 앨범이에요. '헬로, 월드'는 오랜만에 인사를 전하는 뜻도 있지만, 앞으로 이런 공백기 겪게 해드리지 않고 계속 인사드릴 거라는 의미도 담겨있어요. 앞으로도 멈춰있지 않고 앞으로 여러 가지 옷들을 계속 입을 테니 기대해달라는 메시지도 포함돼 있고요.
Q 공백이 길었던 만큼, 컴백 전에 우려나 불안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앨범 발매 닷새 만에 100만 장을 팔아치웠지만요.
▲ 닷새 만에 밀리언 셀러라는 기록을 세웠을 때 '아직 죽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보단 놀라움이 컸어요.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만 들더라고요. 제가 공연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무대를 하는 이유도 에리들이 보내주는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에요.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서 계속 지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돼요.
Q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다면요.
▲ 어떤 음악이든 첫 20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곡 'Pineapple Slice'에서 인트로에 베이스 사운드를 넣었던 게 만족스러웠어요. 꼭 한번 베이스 사운드로 시작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영화 필름처럼 뮤비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해외에서 정말 멋지게 나온 것 같아 소원 성취했어요.
Q 음악방송 문화도 많이 달라졌을 텐데, 오랜만에 활동해 보니 어떤가요?
▲ 일단 대기실이 더 이상 대기실이 아니던데요. 예전엔 목마르면 음료수 뽑아 마시던 장소였는데, 지금은 거기가 챌린지 메인 스폿이 됐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건 챌린지 문화 덕인지, 후배들이 너무 어려워하지 않고 되게 반갑게 인사를 해줬어요. 그렇게 먼저 다가와 주니, 저도 마음만은 4.5세대쯤 된 거 같고 기쁘더라고요(웃음).
Q 13년 차에도 커리어 하이를 달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무수히 큰 노력이 있었겠지요. 지금도 보컬 레슨을 받고 있나요?
▲ 당연합니다. 제가 보컬에 대한 욕심이 너무 큰가 봐요. 살면서 이 정도로 욕심을 낸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저 사실 집돌이에다가 '귀차니즘'도 되게 심한데, 보컬에 대해선 게으르지 않아요.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레슨을 받고 있어요. 발성 공부도 계속하고 있고, 최상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성대 케어도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Q MZ세대 나훈아, 1군 수장, 천재 아이돌로 불릴 만큼 '아이돌력 만렙'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현 씨도 이 직업이 천직처럼 느끼지나요?
▲ 어렸을 때부터 나서는 걸 그렇게 좋아했어요. 왜 그런 친구들 있잖아요. 선생님이 국어책 읽어보라고 하면, 웃기고 싶어서 이상한 목소리로 까불거리며 읽는 학생. 그게 바로 접니다. 노래를 좋아해서 장기 자랑하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학생이었어요.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직업이라니, 저한텐 천직 그 자체죠.
Q 이 일을 안 했다면 어떤 일을 했을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 일단 음악은 무조건 하고 있을 테니, 보컬 트레이너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이제 유튜버를 곁들인(웃음). 제 성격이라면 유튜브는 100% 했을 거예요. 노래도 노래지만 말하는 거 너무 좋아해서, 누구보다 먼저 도전했을걸요. 정리하면, 1세대 유튜버이자 보컬 트레이너가 됐겠네요. 뭔가 어울리지 않나요?
Q 무대 아래에서의 모습도 궁금해요. 쉴 때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 요즘 풍경 찍는 거에 빠져서 사진기를 샀어요. 어머, 너무 옛날 사람 같으니까, 카메라로 정정할게요. 음…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게 참 좋더라고요. 집에 있을 땐 컴퓨터 게임도 가끔 하고요.
Q 아이돌계 뱀파이어로 알려져 있는데, 특별한 동안 관리 비결이 있나요?
▲ 진심으로 따로 뭘 하는 게 없어요. 피부가 워낙 예민해서 피부과도 안 다녀요. 어느 정도냐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스킨로션 같은 거도 바른 적이 없어요. 그냥 세수하고 끝, 그 건조함이 좋더라고요. 어머니 아버지가 되게 동안인데, 그래서인 거 같기도 하고…사실 자세히 보면 저도 자글자글해요(웃음).
Q 헬스나 운동 같은 건 따로 안 하나요?
▲ 조금 자랑 같은데(웃음), 제가 근육이 되게 금방 붙어요. 너무 빨리 붙어서 조금만 운동해도 확 커져서 헬스 같은 건 자제하는 편이에요. 대신 한강 뛰는 거 좋아해요. 한강에 계신 분들 보면서 달리면 힐링 되고 좋더라고요.
Q 수식어와 별명 부자인데, 가장 인상적이거나 애정이 가는 별명은 무엇인가요?
▲ 예전엔 '천재 아이돌' 이런 별명 되게 좋아했는데, 요즘 최애 수식어가 바뀌었어요. '팬 좋아 강아지'로 불러주실 때 좋더라고요. 이런 말 조금 슬프지만, 제가 친구가 없어요. 연예인 친구도 없고요(웃음). 은근히 낯도 가리는 성격이라 공식 석상 가면 혼자 조용히 있는 편이에요. 근데 팬들 앞에선 말이 진짜 많아져요. 청산유수가 따로 없어요. 에리들과 함께할 때가 제일 편한가 봐요. 제 유일한 친구들처럼 느껴져요. 그걸 팬들도 알아서 '팬 좋아 강아지'라는 귀여운 애칭을 붙여주신 거 같아요.
Q 팬들 교통비로만 사비 4600만 원을 쓰는 통 큰 역조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요.
▲ 기다려준 게 참 감사한 일이잖아요. 공백기가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그 자리에 있어 준 거예요. 콘서트장에서 팬들을 바라보는데, 예전에 저를 바라봐 줬던 눈빛 그대로더라고요.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주시는 만큼 저도 보답하고 싶었어요. 돈이라던가 액수라던가 이런 건 중요치 않아요.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그냥 제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생 가지고 쓸 수 있는 무언가를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교통카드가 좋겠더라고요. 실용적이면서도 지갑 어딘가에 제가 슬쩍 껴있을 수 있으니까요(웃음).
Q 백현 씨에게 팬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 서로가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존재. 제가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다 팬들 덕분이에요. 에리들이 그렇게 칭찬 요정들이에요. 그 칭찬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실력도 늘고 소화력의 범위도 넓어져요. 신기한 건 팬들도 저로 인해 좋은 자극을 받는다는 거예요. 팬 사인회에서 어떤 팬과 "우리 더 업그레이드돼서 만나자!" 하고 몇 년 뒤 다시 만났는데 고시에 붙었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의사가 되고 약사가 된 팬도 있어요.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존재들이라, 이 관계를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어요.
Q 어느덧 30대가 넘었는데, 20대 때와 달라진 점들이 있나요?
▲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20대 때는 그래도 단계적으로 에너지가 소비되는 느낌이었는데, 30대가 딱 되니까 예고도 없이 체력이 뚝뚝 떨어져요. 열정만은 20대 때와 똑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에 녹화가 많이 짧아져서, 유튜브 같은 경우 2~3시간 정도면 스케줄이 끝나요. 예전에 SBS '스타킹' 같은 거 나가면 12시간씩 찍고 그랬거든요. 그땐 그래도 힘든 거 몰랐는데…정말 나이를 먹나 봐요.
Q 30대가 되고 얻은 점이 있다면요.
▲ 모르겠어요. 30대가 되면 더 안정적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오히려 20대 때는 '아직 어리잖아~' 하고 넘어갔었다면, 지금은 '안주하면 안 돼!' 하고 정신 바짝 차리게 된다니까요.
Q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 '인간 채찍'이라 불러주세요. 잘하고 싶은 맘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거 같아요. 멈춰있으면 안 될 것만 같고 무언가에 자꾸 쫓기는 느낌도 들어요. 안정감보다는 불안에 치여서 사는 30대를 보내는 기분이랄까요.
Q 시간을 돌려 데뷔 초의 앳된 백현에게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 "보컬 레슨 더 빨리 받아라! 백현아." 하루빨리 지금 보컬 선생님을 찾아가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선생님을 만난 지 7~8년 정도 됐는데, 보컬적으로도 많이 늘었지만, 심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곳에 가면 맘이 편안해져요. 보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불필요한 요소들을 내려놓게 해주는 곳이에요.
Q 앞으로 딱 10년 뒤, 데뷔 22주년을 맞은 40대의 백현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 22주년이면 거의 기업 아닌가 싶은데(웃음), 그때쯤엔 안정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라요. 지금은 매 순간 발을 헛디디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어요.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큰 것 같아요. 40대의 백현은 좀 편안해지고 여유로웠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