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가 국회로 갔다. 덕분에 아이돌을 모르던 사람도 뉴진스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멤버 중 한 명의 이름이 '하니'라는 상세 정보까지 습득했다. 그렇게 K팝의 중심이던 하니는 일약 시사의 중심이 되었다.
먼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하니에게 국감장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하니는 "복도에서 마주친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가 자신들(뉴진스)을 대놓고 무시한 적이 있어서"라고 했다. 내용을 간추리면 그렇다. 그리고 "몇몇 높은 분들이 인사를 해도 한 번도 받아주지 않았다"라는 보충 답변도 했다.
이어서 환노위의 한 여당 위원이 "나한테 월급 주는 사장이 누군지, 어느 회사가 내 회사인지 명확하게 인지를 하고 회사를 다녔습니까?"라고 물었다. K팝과 음반시장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질문이었겠지만 좀 무례해 보였다. 하니는 인지 능력에 문제가 없는 성인이고 세계적인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하니가 죄송해 했고 사람들은 웃었다.
그리고 하니는 회사가 자신들을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다 끝에 가선 눈물을 보였다. 환노위의 위원들은 그런 하니를 따뜻하게 위로하며 격려했다. 그들은 모두가 하니의 편이었다.한 야당 위원은 하니를 보고 울컥했다며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목소리를 낸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감격해 했다. 그들에게 하이브의 방시혁은 악덕 자본가, 하니는 억압받는 노동자였다.
K팝의 영역으로 돌아와서 보면 뉴진스는 뭘 대놓고 티 내는 게 없는 그룹이다. 블랙핑크처럼 압도적이지 않고 광야를 걸어가는 에스파처럼 웅장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더 청순해 보이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냥 자기들끼리 논다. 그 모습 그대로 잠시 밖으로 나온 듯한 게 그들의 퍼포먼스다. 어찌 보면 그렇다. 와서 보려면 보고 즐거우면 따라 즐기라는 식이다.
그들의 춤에는 대한민국 아이돌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이른바 '칼 각', '칼 군무'가 없다. 또한 놀랍게도 그들의 노래에는 하이라이트 구간이 없다. 뉴진스는 힘들여 고음을 내지르지 않고 필요 이상 격렬해지지도 않는다. 그저 매우 '힙'하고 '쿨'한 세계를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게 통했다. 데뷔 1년 만에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런 뉴진스의 하니가 '격렬하게도' 국회로 가려 했을 때 옆에 있던 하니보다 더 어른인 사람들이 말렸어야 했다. 현재의 뉴진스가 있기까진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열정과 창의성도 있었지만 하이브의 막대한 투자도 있었음을 상기시켜 줬어야 했다. 뉴진스에게 커스텀 유니폼을 선물한 미국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는 마이클 조던이 전성기를 보낸 팀이다. 당시 필 모리스 감독이 해고당할 때 마이클 조던은 분개했지만 그래도 뉴진스처럼 구단에 최후 통첩 같은 것을 날리지는 않았다.
https://www.imaeil.com/page/view/2024103015590297005
하니랑 마이클조던 비유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