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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옥에서 온 판사'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예상하셨는지? 흥행 소감은?

A. 먼저 저희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 보내주신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과 깊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막바지 후반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방송을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정말 큰 힘이 되었죠. 많이 든든했습니다.

사실 일부로라도 흥행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옥판사’의 주요 배경과 설정인 지옥과 악마의 죄인 처단이라는 세계관, 판타지가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약간은 생경하실 수 있고 한편으론 약간의 항마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옥판사’에 보내주신 시청자들의 열혈 응원과 사랑에 전 스태프와 배우들은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무사히 종영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Q. '지옥판사'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A. 제가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아무래도 작가님의 훌륭한 기획의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였어요. 사실 제가 '지옥판사'의 연출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가 기획의도의 몇 줄이었거든요.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에게 교화될 기회를 주기 전에 자신에게 남아있었던 삶의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가 먼저이길 바란다' 그리고 또 한 줄 '당신이 불편하길 바란다' 였죠. 이 기획의도를 끝까지 잊지 않고 지켜내야 '지옥판사'가 완성될 수 있다 믿었어요. 모든 답은 대본 안에 있으니 대본을 보고 또 보면서 기본에 충실했고요.

드라마 내적으로는 뉴스에 등장했거나 등장할 법한 사건들. 살인을 저지른 자와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 처절하게 살아남은 유족들의 아픔, 그리고 재판이 끝나고 시작되는 또 다른 재판과 강력한 처단, 그리고 지옥의 세계관.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마. 사건을 뒤쫓는 형사. 그들의 금지된 사랑. 점점 인간화되는 악마와 흑화되어 가는 형사. 그들의 관계성과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코미디. 거기에 악마와 악마의 대결까지. '지옥판사'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많은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데요, 이 각각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 그들의 톤을 마치 백화점의 멋지게 포장된 종합 선물세트처럼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물 흐르듯 한 톤으로 만들어 내보자 라는 게 처음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방송이 나갈 때까지 제 숙제였고 고민이었고.. 끝까지 노력했죠.

아무도 가보지 않은 지옥의 비주얼과 지옥세계관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vfx와 특수분장, 미술, 소품, 의상, 분장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지옥의 비주얼은 이미 기존의 작품들에서 소비된 느낌은 답습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주 조금이라도요. 그래서 입구에서부터 지옥의 문을 만들어서(로댕의 지옥의 문을 참조)신곡에 등장하는 문구를 넣었죠.("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바엘(신성록 분)의 목소리를 입혔고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비롭게 맑은 하늘에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빨간 꽃밭이 펼쳐져요. 언제나 꽃길을 걷고 싶은, 인간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욕망을 표현했죠. 그 꽃을 만지는 순간 꽃들이 눈을 뜨고 모든 게 잿더미로 변하면서 땅 밑으로 떨어져요. 지옥의 메인빌딩은 법원인데 현실과 똑같이 존재한다는 느낌으로 구상했어요. 지옥의 사자들이 지키고 있고 현실의 법정과 똑같은 크기의 법정이 존재해요. 지옥의 악마들은 현실세계와 비슷하게 계급이 존재하죠. 그곳에서 지옥 법으로 살인자들을 판결하는 거죠.

현실에서 재판이 끝나고 열리는 악마(빛나)의 재판은 "이제부터 진짜 재판을 시작할게"로 시작해서 "바이알 인페르노(지옥으로!)" 주문을 외우면 빛나의 눈이 보라색으로 변화하면서 단도가 생성되고 처단이 끝나고 죄인(살인자)의 숨이 끊어지면 이마에 게헨나 인장을 찍고 비로소 지옥의 문이 주변에서 생성됩니다. 그리고 영혼이 빨려 들어갑니다.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죠. 문 정면에는 죄인(살인자)의 얼굴이 차례로 박힙니다. 문이 닫히면 재판 끝!

이처럼 처단의 모든 과정이 vfx와 조명효과, 특수효과, 특수분장, 특수소품, 무술, 드론이 어우러져 밤에 이루어집니다. 드라마의 짝수 회차에서 보이는 7번의 처단 시퀀스는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초 긴장 상태에서 집중해 촬영되었죠. 그리곤 ’지판사‘ 청소악마 재현, 동주가 출동해 현장을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액션은 윤성민, 권태호감독의 책임하에 소품팀이 전력으로 만들어낸(진짜 고생 많았어요) 각종 칼, 창, 활, 총, 망치, 도끼 등을 활용하여 표정과 숨소리, 호흡이 살아있는 액션이라는 콘셉트 하에 리얼하게 연출되었어요. 특히 빛나의 액션은 살아있는 표정에서 시작해서 힘 있는 타격감 위주로 표현했어요.

촬영, 프러덕션 디자인, 조명, 녹음, 무술, 미술, 소품, 분장, 의상, 음악, 믹싱, 편집 등의 분야는 워낙 이 분야 최고의 명성을 가진 전문가들이고 창의적이라서 연출의 하위개념이 아닌 파트너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한 분만 빠졌어도 삐걱했을 정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주었어요. 제가 그들에게 부탁한 건 딱 한 가지였어요. 연출인 저를 포함해서 최대한 창의적으로 접근하되 배우의 연기나 감정보다 튀지는 말자였어요. 정말 흐뭇한 것은 그들의 노력이 화면에 다 보이고 빠짐없이 들린다는 거예요.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아주 조화롭게요.

Q. '지옥판사'에서 강빛나는 의도적으로 범죄자들에게 가볍게, 엉터리 선고를 내려 그들을 풀어 준 뒤, '진짜 재판'이라 불리는 사적 제재로 직접 처단합니다. 이 '진짜 재판'은 우리나라의 법적 체계를 비판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판결문'에 그런 죄인들의 무거운 죄가 가벼운 형벌로 처리된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현실은 더 지옥이고, 그렇게라도 죄 지은 자들을 벌주고 싶었던 마음이 드라마에 묻어 있지만, 이런 형태는 사적 복수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다들 강빛나 판사를 의심하게 만들고 그 증거를 지우는 것이겠죠. 혹시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런 괴리감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A. 우리 드라마는 지옥과 지옥법 그리고 지옥의 악마라는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빛나(유스티티아)의 행위도 처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지옥법에 의한 재판과 처단이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께서 사적제재나 사적복수, 응징 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사적제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끔씩 우리를 아주 많이 놀라게 만드는 납득되지 않는 판결들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판사'는 법에 대한 불신이나 사적제재 옹호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조금은 다른 혹은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드라마죠.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겪는 현실의 고통을 드러내고 보여줌으로써, 사법체계가 피해자에게 줄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런데 '지옥판사'가 드리는 불편함은 이 세상에 던지는 저희 전체 제작진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악인을 향한 빛나의 거침없는 처단에 통쾌해하면서도 과연 그것이 진정한 정의가 맞는지 거침없는 그녀를 응원하는 게 맞는 건지까지도 한번쯤은 불편해하면서 의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적제재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작가님과 많은 논의를 했고, 연출을 하면서도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사적제재를 간절히 원할만큼 복잡 다난하기 때문에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죠. 이 복잡 다난한 현실에서 범죄와 피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다온 경위나 김소영 경감(김혜화 분) 같은 경찰의 책무를 다하는 캐릭터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했어요. 해소되지 못한 현실의 갈증을 인간이 아닌 악마라는 존재를 통해서 풀어내려 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강빛나 판사는 형을 가볍게 내린 후 그를 지옥으로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죄인이 역지사지로 자신이 행했던 모습으로 벌을 받는 모습은 통쾌했습니다. 이는 마치 범죄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제작진과 작가님의 바람이 묻어난다고 느꼈습니다. 연출 하실 가장 신경 썼던 지점이 궁금합니다.

A. 빛나의 처단방식이 통쾌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은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죄인(살인죄)에게 피해자의 고통을 똑같이 경험시키고 처단한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방식은 우리 조이수 작가님만의 신박하고 독특한 설정인데요. 보라색으로 변한 눈으로 악마를 리얼하게 연기한 박신혜 배우의 환상 연기를 특히 사랑해 주신 것 같습니다.

https://m.sportsw.kr/news/newsview.php?ncode=10655784920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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