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세븐틴 건재, TXT·엔하이픈·아일릿 성장세 '뚜렷'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뉴진스-아일릿-르세라핌으로 하이브의 '뉴아르' 워딩이 커뮤니티에 등장하면서 아일릿 언급이 약간 늘어난 부분이 있음."
"'뉴아르' 워딩으로 며칠을 시달렸는데 '뉴'를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
하이브의 임원 보고용 내부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다. 해당 보고서는 하이브가 업계 동향 및 이슈에 대한 시장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자료다. 여기에는 커뮤니티의 반응도 기재했지만 하이브 자체 평가도 언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사 대표 여자 아이돌 그룹인 '뉴진스'에 대한 분석이다. 타사 아이돌에 대한 자극적인 표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들은 왜 뉴진스를 '버리는' 존재로 언급했을까. 뉴진스가 없더라도 산하 레이블에 포진한 아티스트들이 뉴진스를 충분히 대체할 것이란 인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 '신드롬' 이끈 뉴진스, 경영권 분쟁 악재 여파 '하락세'
뉴진스는 명실상부 하이브의 대표 걸그룹이다. 지난 2022년 7월 데뷔곡인 'Attention', 'Hype boy'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데뷔곡으로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1위와 2위를 동시에 차지한 건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특히 지난해 뉴진스 신드롬이 일었다. 'Attention'과 'Hype boy' 외에도 'Ditto', 'OMG'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뉴진스는 2023년 연간 스트리밍 차트 10위 안에 네곡이 모두 포함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 미니 앨범 'Get up'은 1년 5개월만에 200만장을 돌파하는 등 4세대 걸그룹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뉴진스의 인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 레이블은 2023년 110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92%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어도어는 국내 레이블 중 역대 최단 기간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회사가 됐다. 영업이익은 3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성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빌보드 차트 등 기록을 감안하면 뉴진스는 K-팝 대표 그룹인 BTS, 블랙핑크와 비견되는 수준이었다.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고 빌보드 HOT100 순위가 꾸준히 상승한 그룹이 BTS, 블랙핑크, 뉴진스 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어도어는 2025년 연매출 3000억원에 이어 2026년 연매출 4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상승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사이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 여파 때문이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로부터 회사의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내부 감사를 발표했다. 민 전 대표 등은 같은 하이브 레이블 소속인 빌리프랩 신인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에 대한 우려를 본사에 전달했을 뿐 경영권 찬탈 시도는 없었다고 맞섰다.
이후 하이브가 민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공개하고 사업상 비밀 유출, 인사청탁 등 의혹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했다. 뉴진스의 민 전 대표 복귀 요구조차 묵살되면서 양 측의 간극은 계속 커져만 갔다.
경영권 분쟁은 결국 뉴진스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뉴진스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지난 5월 국내무대 컴백에 이어 6월 일본 진출까지 이뤄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올 6월 말까지 어도어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 감소한 110억원이었다. 더군다나 올 하반기엔 작년과 달리 국내 컴백 활동이 없어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오히려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상된다. 데뷔 3년 만에 첫 역성장이다.
게다가 광고 및 기업체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뉴진스의 브랜드 평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장 높은 순위였다. 민지가 1위, 하니가 26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많은 광고를 따냈다.
하지만 어도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올 4월부터 평판 순위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4월 순위는 10위까지 떨어졌고 5월엔 29위, 6월엔 48위로 주저앉았다. 이후 50위 안팎의 순위를 유지하다가 9월에는 결국 차트 밖으로 밀려났다.
IB업계 관계자는 "뉴진스가 하이브의 눈밖에 나서면서 향후 활동에도 어느정도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브랜드 평판 하락 등 악재가 겹쳐 수익성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뉴진스 대체할 카드, 아일릿·엔하이픈·캣츠아이 등등등
뉴진스의 하락세에도 하이브는 걱정 없다는 입장이다. 뉴진스 외에도 탄탄한 팬덤 기반을 가진 아이돌 그룹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뉴진스가 어도어 경영권 사태에 전면으로 맞서는 상황에서도 하이브가 강경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먼저 하이브의 '대들보' BTS의 복귀가 예정돼 있다. 병역 의무를 마친 진이 조만간 컴백을 앞두고 있다. 제이홉, 뷔, RM, 정국, 지민, 슈가 등이 순차적으로 전역한 뒤 BTS는 내년 6월께 완전체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세븐틴은 올해 정한을 시작으로 내년 호시, 원우, 우지 등이 군 입대할 예정이지만 멤버가 많은 만큼 유닛 활동으로 공백을 충분히 매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브의 미래를 책임질 신인 그룹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올해 어도어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TWS), 아일릿 등 신인들이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우선 앨범 판매량과 음원 스트리밍 횟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하이픈과 보이넥스트도어는 앨범 판매에서 각각 전작 대비 30%, 22%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은 올해 앨범으로만 601억원, 324억원을 벌어들였다. 일본 현지화 그룹 앤팀(&TEAM)의 앨범 판매도 전작 플래티넘(25만장)에서 더블 플래티넘(50만장)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데뷔 6년차인 TXT 역시 올해 356억원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세븐틴(2173억원)과 엔하이픈에 이은 3번째 높은 수치다.
아일릿은 음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3분기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4억회를 넘어섰다. 같은 스트리밍 수에 도달한 역대 K-팝 그룹 데뷔곡 가운데 최단기간을 기록한 아이돌로 기록됐다. 아일릿이 발매한 앨범이 미니 1집 'SUPER REAL ME'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성적이다.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KATSEYE)의 성공적인 안착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발매한 EP1집 'SIS'의 성과 지표가 빠르게 상승 중이다. 스포티파이 월 청취자 수가 이달 1100만명을 돌파해 국내 K-팝 톱티어 수준을 넘어섰다. 북미 앨범 판매량도 10만장을 넘어서는 등 글로벌 흥행이 기대되는 그룹이다. 게다가 올 연말에는 미국 대형마트 Target과의 프로모션을 앞두고 있어 내년엔 한 계단 상승한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희 기자 q2q2@dealsite.co.kr
https://dealsite.co.kr/articles/130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