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尹, '125분 프리스타일' 기자회견... 너무 솔직히 드러난 '민심 괴리'
7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겠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뜸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는 말을 꺼내더니 "오늘 시간 많이 들여 하기로 했으니 짧게만 안 하고 말씀드리고 싶은 얘기를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처신 문제를 '개인용 휴대폰'을 계속 사용하는 본인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대선 후보 시절 일화를 소개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급기야 "하여튼 저하고 통화하신 분 손 들라고 하면 무지하게 많을 것"이라고 말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건지 어리둥절하게 했다.
시작부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아니었다. 대국민 담화문을 읽기 전 "물을 좀 마시고 해야겠다"며 잔을 집어든 윤 대통령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담화 중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기립해 고개를 숙일 때까지도 계속 굳은 표정이었다.
작정한 대로 속마음을 털어낸 윤 대통령 본인은 만족스러운 눈치였지만, 회견장의 분위기는 날카로웠다. 답변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비껴난 변명성 발언이 길어지는 상황이 잦았고, "침소봉대는 기본으로 제 처를 악마화한다" "영부인이 대통령이 원만하게 잘 하기를 바라는 일을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등 여전히 민심과 괴리된 대통령의 부적절한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이 적나라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답변 태도에 회견 후반부에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대해서 사과한다는 거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회피했다.
당초 이날 회견은 시간 제한 없는 '무제한 끝장토론' 성격으로 예고됐지만, 먼저 끝을 알린 건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질의응답 진행 중 정오를 갓 넘긴 시점 정혜전 대변인을 향해 반말으로 "이제 하나 정도만 하자. 목이 아프다"며 종료 신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