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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엔터테인먼트 최초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하이브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 이후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시혁 의장을 포함한 C레벨 임원들이 공유하는 ‘위클리 음악산업보고서’가 공개되며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하이브가 직원의 과로사를 은폐한 게 아니냐는 질의도 나왔다.
당시 하이브의 근무 환경은 어땠을까. 수년간 근무한 현직 하이브 직원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공개한다. 신원 보호를 위해 현재 소속된 레이블은 밝히지 않는다.
#과로사? 내부에선 소문 많아
Q. 10월 15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과로사 은폐’ 의혹이 나왔다. 2022년 하이브 계열사가 대폭 확대되는 시기에 직원 한 명이 과로사 했는데, 하이브가 산재 신청 없이 지병으로 처리했다는 내용이다. 그 일을 알고 있나.
A. 회사 내에서는 암암리에 소문이 돌았다. 사망한 직원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안 것은 ‘본인상’ 공지를 보고서다. 본인상이라 눈길이 갔다. 그 이후 회사에서 소문이 돌았다. “과로로 그렇게 된 거다”, “수면실에서 어떻게 됐다” 같은 이야기가 나왔고, 관련 기사도 한번 나왔다가 없어진 걸로 기억한다. 이야기를 전해 듣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Q. 왜 그렇게 생각했나.
A. 나도 겪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였는데, “차라리 코로나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팀원들끼리 했다. 너무 힘들었다. 빅히트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업무 형태가 너무 말이 안 됐다.
Q. 구체적으로 어땠나.
A. 과로사 사건이 있기 전 이미 직원 모두가 지쳐 있었다. 콘셉트를 전달 받으면 그날 밤부터 바로 제작에 들어간다. 새벽에 제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는 불만이 없었다. 새벽 5~6시쯤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제작이 끝난 후에도 집에 갈 수 없었다. 보고 후 수정 요청이 있으면 바로 수정해야 해서다. 그렇게 다들 몇날 며칠 밤을 샜다. 효율이 없었다.
Q. 일화가 있나.
A. 하루는 빠르게 승인이 나 새벽 6시 반쯤에 집에 들어왔다. ‘드디어 쉴 수 있겠다. 조금 자고 오후에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다음 제작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며 바로 출근할 수 있냐는 거였다. 내가 가지 않으면 나머지 팀원들이 해야 하는 구조라 어쩔 수 없이 바로 출근했다. 오전 9시까지 같이 일을 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회사에 수면실과 마사지 의자가 있다. 팀원들과 마사지 의자에서 두 시간 정도 잤다. 다들 그것도 눈치를 보며 무서워했다. 안절부절못하는 동료도 있었다. 회사에 한 번 오면 3~4일을 집에 못 가고 일을 했다.
Q. 노동시간 규제는 없었나.
A. 그때는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기 전이었다. 레이블별로 지침도 달랐다. 누구는 새벽에 근무하면 추가 수당을 받았는데, 누구는 못 받았다.
Q. 보통 앨범 출시 일자에 맞춰 제작 일정이 나오지 않나.
A. 정해진 제작 일정은 문제없다. 문제는 그 일정 안에 승인이 나느냐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위에서 승인이 계속 안 떨어졌는데 명확한 이유가 없었다. 결국 처음 했던 작업물이 채택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효율이 없었다. 입사 후 한 달 만에 체중이 10kg 줄었다.
Q. 지금은 어떤가.
A. 시스템이 다소 다르다. 방시혁 의장이 당시 상황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방시혁 의장이 직접 관여하는 레이블과 그렇지 않은 레이블 사이에 차이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이브 “무제한 연차 가능”…의원실에 자료 제출은 안 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질의하자 하이브는 노동시간 준수를 위한 모든 제도적 장치를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주 52시간 준수를 위해 ‘2021년 1월 1일부’로 주 52시간 내 근무 시간을 전사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자율 출퇴근 및 재택 근무제 등 유연 근무제를 적용해 자율적 근무 환경을 마련했고 구성원이 스스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관리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2시간 내 근무 시간 운용을 위해 자체 근태 시스템을 통해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고 있으며, 상위 직책자에게도 근무 시간 현황이 공유돼 팀 내 구성원이 52시간 근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무제한 연차제도도 운영 중에 있다. 법정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면 연차사용 보너스 50만 원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무제한 연차제도와 자율 출퇴근제도를 통해 선진적인 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당장 오늘부터 연말까지 쉬어도 된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하이브는 정혜경 의원실에서 요청한 사건 개요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정혜경 의원실은 “하이브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자료제출 의무가 없다. 현재까지 하이브에서 제출한 자료는 없다. 국감에서의 질의응답을 제외하고는 하이브로부터 별도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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