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백인 위주의 잔치'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악명을 떨쳐온 그래미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 등을 휩쓸고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던 무렵에도 '후보 선정 및 특별 무대'로 시청률만 올리곤 상은 주지 않아 지탄을 받곤 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AP통신은 그래미가 올해 놓친 장르로 K팝과 라틴 음악을 꼽으며 "올해 솔로 음원을 발매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후보로 지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방탄소년단 군입대 이후 정국, 지민, 뷔, RM, 진, 슈가, 제이홉이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솔로 앨범으로 맹활약하며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인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회장은 "분명히 많은 장르에 걸쳐 개선할 여지(room for improvement)가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아카데미의 일원으로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대표성 없이는 올바른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미는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여는 시상식이다. 차트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 등 상업적 성과보다는 음악성과 작품성에 초점을 맞춰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한편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2월 2일 미국 LA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 팝스타 비욘세가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통산 99회를 달성, 그래미 역사상 최다 후보지명 기록을 썼다.
지난해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며 이 부문에서 최다(4회) 수상 기록을 썼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다. 스위프트는 '더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앨범이 다시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르면서 이 부문에 7차례 지명된 최초의 여성 가수로 기록됐다.
올해의 앨범 부문에서는 비욘세와 스위프트를 비롯해 사브리나 카펜터(Short n' Sweet), 찰리XCX(BRAT), 빌리 아일리시(Hit Me Hard and Soft), 샤펠 론(Chappell Roan The Rise And Fall Of A Midwest Princess) 등이 경쟁한다.
비틀스는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으로 28년 만에 다시 그래미 후보에 지명됐다. 지난해 11월 발매된 '나우 앤드 덴'은 존 레넌이 1977년 피아노 반주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어 녹음한 미완성 데모곡을 바탕으로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연주와 코러스를 더해 완성한 곡이다.
이 곡은 이번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와 록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로써 비틀스의 그래미 통산 후보 지명 횟수는 25회로 늘었다. 비틀스는 이전까지 그래미에서 7차례 수상했다.
싱글리스트 용원중 기자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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