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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아 기념 앨범을 내고 이달 말 콘서트를 여는 포크가수 임지훈(65).
지난달 말 아이돌그룹 비투비 멤버인 막내아들 임현식(32)과 함께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눈웃음이 꼭 닮아 말 안해도 다들 부자지간임을 알아챈다. 발가락 모양도 똑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임현식은 “업계에서 아버지 지인을 만날 때면 ‘밥과 술을 많이 사주는 선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도 주변에 베푸는 걸 좋아하는 데 이런 모습도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지훈은 1984년 포크그룹 '김창완과 꾸러기들'로 데뷔한 뒤 TV 출연보다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관객을 만났다. 대학로 소극장 콘서트 문화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쉼 없는 100일 라이브 콘서트를 최초로 시도해 2000년, 국내 최다 라이브 콘서트 기록인 2000회 공연을 달성했다. 그는 “공연이 끝난 소극장에서의 외로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군중 속의 고독이 깊고 아파서 주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달랬다”고 했다. 근처 소극장인 ‘학전’에서 장기공연을 했던 고(故) 김광석, 자신의 솔로 데뷔곡인 ‘사랑의 썰물’(1987)을 써 준 동물원의 김창기 등이 당시의 술친구였다.
요즘 임지훈이 가장 좋아하는 술친구는 아들이다. 그는 슬하에 만화 작가인 장남 윤식과 두 살 터울의 가수 현식을 두고 있다. “아내와 독립한 두 아들이 모두 모이는 주말 저녁이 가장 신난다. 술 한 잔 하면서 음악과 그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임현식은 “잊지 못할 아버지와의 술자리는 김창완 선배님 집에 초대받았을 때다. 낮술로 필름이 끊긴 적은 그 때가 처음이다. 노래도 같이 부르고 이런 저런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웠다”고 했다.
아버지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임현식은 2012년 아이돌그룹 비투비로 데뷔한 뒤, 솔로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 프로듀싱 능력으로, 팬들 사이에선 ‘비투비 음악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솔로로는 지난 2월 미니 2집 ‘더 영 맨 앤 더 딥 씨’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고독한 바다’의 수중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작은 실수라도 했을 때 아버지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걸 안다. 인간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임지훈은 “처음엔 아들이 가수하는 것을 반대했다. 업으로 삼기엔 감정적으로 버거운 직업이다. 그걸 이겨내고, 비투비 멤버로서 팬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걸 보면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대견한 가수”라며 선배 가수로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부자는 지난 3일 발매한 임지훈의 40주년 기념 앨범 ‘크레용’의 타이틀곡 ‘오늘 내가 꽃일 수도 있고’를 함께 불렀다. 가족의 소중함을 노래한 이 곡엔 앨범 표지를 그린 장남 임윤식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삼부자가 부른 '행복 송'이다.
1980년대 ‘슬픈 목소리’라는 별명을 가졌던 임지훈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8세 터울의 누나가 서독에 간호사로 나간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누나가 남긴 통기타를 잡았다. 그래서 저절로 슬픈 감정이 나왔을 것”이라면서 “이젠 아니다. 아이들도 다 커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고, 나도 지금까지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앞으론 따뜻하고 밝은 노래를 부르려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은 ‘크레용’에 수록된 10개의 신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망막박리로 눈 수술을 받고 5년 정도 쉬면서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의 행복을 새삼 느꼈다. 그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어 만든 앨범”이라고 말했다. 앨범 명은 두 아들을 비롯해 주현미, 민해경, 박승화, 손준호, 인디언수니, 오승희 등 후배 가수들이 참여해 각자의 다양한 음악 색깔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마지막 트랙인 ‘내 그리운 나라’는 1집의 자작곡을 이루다의 바이올린 연주로 재탄생시킨 특별한 곡이다.
앨범의 또 다른 타이틀곡인 ‘하긴, 나이가 들었지’는 열심히 살아온 우리 아버지들에 대한 노래다. ‘할아버지라고? 하긴 나이가 들었지 부정할 수 없지…수많은 사람 수많은 경험 속에서 미소 짓고 눈물 흘리며/ 인생은 이길 때보다 지는 때가 너무 많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하루가 지난다’는 관조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오늘을 사랑하라'는 메시지 또한 놓치지 않는다.
임지훈은 "얼마 전 현식이가 초등학생 때 쓴 편지를 봤는데 ‘장기 좀 같이 둬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젠 내가 현식이를 붙잡는다. ‘컴퓨터로 곡 작업하는 방법 좀 가르쳐 달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글 쓰는 법 좀 알려 달라’ 하면서 많이 배운다"며 "인생은 나이가 들어서도 배움의 연속이란 생각에 곡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임지훈 40주년 기념 콘서트 위드 임현식’에서 신곡을 포함한 많은 노래들을 선물 보따리처럼 풀어놓는다. 임현식은 “지난해 솔로 콘서트에 아버지가 게스트로 오셔서 큰 역할을 해주셨다. 부자의 무대가 특별한 느낌을 준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에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40주년이 제2의 음악인생의 시작이라는 임지훈은 “그 시절의 청년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팬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선물이 되는 무대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