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환이는 거의 자기 감정위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 별로였거든 친구들사이에선 어른인데 덕선이하고의 관계 한정해서
내가 덕선이를 좋아해
그거뿐이야
덕선이가 뭘 힘들어하는지, 뭐에 결핍이 있는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내가 지금 덕선이를 위해서 뭘 해야하는지 그런거에 먼저 맘쓰는 모습이 거의 없어
우산들고 기다린거랑 버스에서 팔로 버텨준거는 앎
근데 그거마저도 눈에 당장 보이니 하는 행동들이고 본인이 당장 답답하니까 하는 행동들이었고
'내가 덕선이 좋아하는데 티내는거 창피함' 이 생각이 뇌 대부분을 지배하는거 같이 행동하지 거의.
윽박지르고 무안주고 모르는 척 하고 아닌 척 하고 주저하고
근데 택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덕선이가 갖고있을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건 다 해주려 해
그냥 본능적으로 그걸 아는 사람같이 행동하더라구
그리고 바로 눈에 보이지않는 상황까지 미리 맘을 쓰고 행동해
잘못 생각한게 있거나 잊은게 있는거 같으면 바로 사과하고
엄청 큰 에피는 아니지만 내가 정환이는 결국 안되겠다 싶었던게 바바리맨 에피인데
그때 정환이는 바바리맨에 대한 대화가 오갔었음에도 불구하고 덕선이 혼자 화장실 가는데 아무 생각도 없음
택이는 덕선이 화장실 간다니까 바로 자기도 화장실 간다고 무심한듯 일어나서 따라가잖아
난 그 에피보면서 진짜 정환이는 그냥 자기 짝사랑에 취한 철없는 남자애일뿐이라는 생각했었음
덕선이가 쎈척할뿐 무서워할 수도 있고 진짜 그런 상황을 맞을수도 있는데 본인이 그냥 딴거 하고 있으면 거기까지 마음을 못 씀
그 뒤부턴 정환이 고민하고 그러는거 별로 안 안타깝더라
그냥 그렇게 한 시절 끝날 흔한 짝사랑을 하고 있는 고등남자애인거 같았어
보면서도 하도 어남류어남류 목소리가 쎄긴 했고, 결국 남편이 정환이로 결정될수도 있겠지만 덕선이에게 필요한건 택이같은 사람일텐데...하는 생각 계속 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