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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친자'가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산다. 송 PD는 "부담이 많이 컸다. 제가 작품 합류하고 나서도, 대본을 크게 한번 수정을하고 시작이 됐다. 이야기 큰 줄기 바뀌는 것도 부담이 있었는데, 작가님도 믿고 잘 해주셨었다. 한석규 선배님 모시는 것도 부담이 있었다. 선배님들이나 배우분들, 작가님, 스태프분들께 큰 도움을 받아서, 제 역량에 비해 여러가지 해볼 수 있었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스토리가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원래는 공모작 4부작에서 개발하면서 바뀌고, 스토리와 인물이 바뀌었다.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소시오패스 딸이라는 큰 구조 이외에는 바뀐 부분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MBC라는 래거시 미디어에서 여성 연출자의 입봉작이 스릴러라는 것도 이례적이다. 다소 보수적인 지상파에서 여성 PD가 스릴러로 데뷔, 하나의 물꼬를 틀었다는 의견도 있다. 송 PD는 "훌륭한 여성 연출자 선배님들이 길을 잘 닦아 주시면서, 여성 연출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내부에서도 이제 조연출 성비가 여성이 더 많다. 제가 입사할 때만해도 그렇지 않은데, 그건 사실 성별과 상관없는 것 같다. 장르에 대한 선호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방송환경 자체가 오픈된 것 같기는 하다. 좋은 변화라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교적 어두운 장르물이라 수치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방송사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 PD는 "회사에서는 이 작품 자체가 갖고 잇는 어두운 성향이 있는데, 시청률을 명확하게 가져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많이 지지해 줬다. 지상파에서 나오기 어려운 소재라고 하는데, 데스크나 국장님은 많은 사람이 이 얘기를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지해 주셨다. 기존 MBC 선택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지지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송 PD의 스릴러는 어떤 색깔인지 질문도 나왔다. 송 PD는 "아름다운 스릴러라고 해야할까. 맞는 표현인지, 그리고 제가 구현해낸지 모르겠지만, 찍을 때나 준비할 때나 기본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스릴러 안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학적인 부분이나 배우들 섬세한 연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단순히 잔인한 거 보다, 다른 요소를 즐길 수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스릴러가 저와 잘 맞는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재밌긴 한데, 주변에서는 다른 장르도 얘기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신다.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차기작도 스릴러 장르를 희망하냐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 해도 좋고, 다른 작품을 만나도 좋다"라면서 스릴러가 아닌 다른 장르를 할 수 있다면 "멜로나 SF물 하고 싶다. 이 작품은 대칭을 쓴다는 것이 연출하는 키워드였다. 다른 작품의 대본을 보면서 '이거는 이렇게 표현해 보고 싶다'는 게 생길 수 있는 작품을 얼른 만나면 좋겠다"고 바랐다.
개인적인 인생작으로는 "박찬욱 감독님 좋아한다. 이 작품하면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많이 참고했다. 촬영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다. 좀 이상한 얘기기도 한데, 정서나 카메라 움직임이 영국 드라마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최고의 기록은 또 깰 수 있기에 언제나 마지막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최초의 기록은 영원하기에 값지다. 송 PD에게 '이친자'는 첫 연출이라는 점에서 영영 '최초 메인 연출작', '데뷔작'으로 남게 된다. 그런 만큼 의미도 남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송 PD는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도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쏟아부었던 작품인 것 같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러했다. 그게 쉬워 보이지만, 쉬워 보이는 일이 아니다. 모두가 마음을 다 쏟아서 한다는 게. 한석규 선배님이 '정성을 들인다'는 표현을 많이 하신다. 진심으로 모든 스태프가 시청자들이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쏟아부은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PD로 지향하는 점에 대해서는 "저는 목표는 항상 비슷한 것 같은데 작품적인 것 보다. 드라마를 만드는 스태프분들이나 배우분들이 많은 시간을 쓴다. 모든 일을 하는 분들이 그렇겠지만, 되게 힘들고 어렵게 해도, 같이 했던 분들이 '가치가 있었다'고 느낄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게 항상 작품을 임할 때 태도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