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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딜리버리'에 출연한 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권소현이 영화 '딜리버리' 첫 인상과 앞으로의 연기 지향점을 밝혔다.
11월 15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영화 '딜리버리'로 돌아온 배우 권소현이 뉴스엔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딜리버리'(감독 장민준)는 아이를 가지는 것이 지상 최대 목표인 철부지 금수저 부부 '귀남', '우희'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된 백수 커플 '미자', '달수'의 문제적 '딜'을 그린 유쾌하고 살벌한 공동 태교 코미디로, 권소현은 극중 당찬 MZ 임산부 미자 역을 맡았다.
권소현은 '딜리버리' 출연을 결정한 배경을 묻자 "'그 겨울, 나는'이라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을 했는데 너무 좋아서 교수님들 만날 때도 다음에도 꼭 하고 싶다고 했고 '딜리버리' 제작 소식을 듣고 회사에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오디션 겸 미팅을 했고 운 좋게도 대본을 읽고 감독님을 만나게 돼서 소감이나 하고 싶은 방향 등을 얘기했다"고 답했다.
장민준 감독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독립영화를 하면서 좋은 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제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핏을 맞춰나가야 현장에서 시간도 단축하고 결과물도 좋다. 조곤조곤, 생각했던 것들을 나눴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극 중 "우린 질투심만 있을 뿐이지 사랑이 뭔지 몰라"라는 대사를 두고는 너무 구어체라 망설여지기도 했다고. 권소현은 "처음에는 일상적인 말은 아닌 것 같아 조금 더 편한 말로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장 감독님 뜻이 명확해서 저도 그 뜻을 이해하고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젊은 임산부 역에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어려운데 고민은 안 했다.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미자가 외적, 내적 변화를 많이 겪는데 언제 내가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는 배역을 맡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자라는 캐릭터가 죄책감 없이 하는 말과 행동을 주워담을 순 없지만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좋았다"고 당차게 말했다.
권소현은 '딜리버리'에서 짧은 단발머리에 푸석푸석한 피부로 임신 상태를 구현했다. 권소현은 "임신 주차마다 일어난 변화를 정리했다. 피부 트러블이나 배 튼 살 같은 것들은 주위 경험담을 듣고 감독님과 조율해 표현하려고 했다. 또 당시 감독님 아내분이 임신 중이라 직접 보고 디테일한 것들을 이야기해주셨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분장 시간도 조금씩 더 오래 걸리고 (배) 부피도 커지고 피부도 주근깨나 잡티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미자의 모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긴 머리를 피했다고 부연했다.
'지우희' 역의 권소현과는 동명이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진짜 임산부와 가짜 임산부로서 거울처럼 닮아 있으면서도 좌우반전된 상황이 흥미로웠는데. 권소현은 "처음에는 몇 번이나 이름을 확인했다. 진짜요? 가능해요? 그래도 돼요? 이랬다.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였다. 저를 검색하면 언니도 나오니까 포털사이트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아 요즘 언니 활동이 많구나'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선의의 경쟁 상대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이제는 누가 먼저 뜨더라도 응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소현은 철없는 남편 공달수 역의 강태우에 대해선 "풍채만큼이나 너그럽고 배려심이 많다. 각자 연기를 하다 보면 내가 좀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는데 항상 배려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했던 남자 상대 배우 중 최고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공달수 역을 두고 '한숨 나오는 캐릭터'라며 "오빠가 정말 어려운 인물을 연기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책임감 넘치고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정말 반대의 인물을 연기했구나 싶다"고 호평했다.
권소현과 오미자 역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권소현은 "제 안에서도 까칠한 부분도 있지만 제가 가진 성향보단 조금 더 뾰족한 것 같다. 달수한테 바로 화내는 것도 나라면 이 정도 온도까진 안 갔을 것 같은데 싶었다. 나였으면 참고 참다가 한번에 얘기했을 것 같은데 반응 속도가 빠른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저는 미자보다는 조금 더 둥글다"고 말했다.
롤모델을 묻자 정귀남 역을 맡은 김영민을 꼽으며 "선배님은 너무 좋은 분이다. 기존 작품에서 악한 역을 많이 하셔서 긴장도 됐는데 만나보니 참 선한 분이시더라. 주변에 김영민 선배님이랑 호흡을 맞춘다고 하니 다 칭찬만 해주셨다. 오래 활동하셨는데 계속 공손하시고 배려 넘치시고 나도 저렇게 늘 배려하고 상대 배우도 이해해주고 그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애정을 표했다. 구체적인 조언도 받았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많은 얘기를 안 해주셨다. 구체적인 조언보다도 제가 하는 것에 많이 맞춰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제가 더 기댈 수 있던 것 같다. 어떻게 연기를 하더라도 선배님과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권소현은 "이제 제가 진짜 걸그룹 포미닛으로 활동한 것보다 배우를 한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연기하는 배우라고 알아주시는 계기가 되는 영화이길 바란다.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구나. 예전만큼 활동이 많진 않아도 그래도 자기 길을 조금씩 가고 있구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든다"고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꾸준한 사람"을 목표로 꼽은 권소현은 "포미닛을 하면서 사랑을 많이 받아서 아이돌 생활이 끝나고 배우를 시작했을 때 차이를 많이 느꼈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오로지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소현은 "그동안 친구가 떠나거나 아빠가 떠나거나, 마음 아픈 역할을 주로 했다. 조금은 다른 모습의, 내 안의 다른 세포를 꺼내고 싶다"고 악역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불륜 연기는 어떨 것 같냐"고 취재진이 묻자 웃음을 터뜨리며 "저만의 불륜이 있을 것 같다. 늘 보던, 소리치는 캐릭터가 아니라 조곤조곤. 안 그럴 것 같은데 뒤에서 호박씨 까는 그런 연기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개봉.
(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