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립식 가족'은 국내에서의 반응은 살짝 아쉬운 편이다. 지난달 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2%로 출발, 8회에서 3%에 안착했다. '정년이' '열혈사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등 각 방송사의 하반기 대표작들이 등장하면서 화려한 라인업이 완성된 탓에 화제성도 4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11월 1주차 기준)에 그쳤다. 다만 주 1회 연속 방영인 것을 감안한다면 나쁜 성적이라고 볼 수 없다.
JTBC는 수요드라마로 편성한 이유와 기대효과에 대해 "최근 OTT 활성화에 따른 프로그램 유통 창구 다양화와 다시보기, 몰아보기로의 시청 행태 변화로 개별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우선되고 있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속방송 편성으로 고정 시청층을 최대한 확보하는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구축하고, 이를 화제성으로까지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김승호 PD는 주 1회 편성에 대해서 "드라마가 일상적인 내용이라 주말에 봐도 좋겠지만 수요일에 연달아 보면 어떨까 했다. 요즘 시대에 시청자들에게 빨리 다음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연속 편성을 하게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까지 국내 시청자들에겐 생소한 편성 전략이지만 해외 시청자들에겐 톡톡히 효과를 봤다. 지난 8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 이어 넷플릭스 국내 주간 TOP 10 순위에서도 첫 공개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방영 3주 차 시청자 수 기준 138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 중 미국, 브라질, 멕시코, 영국,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주요 국가를 포함한 94개국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유튜브에서는 '조립식 가족'을 시청하는 해외 유튜버들의 영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조립식 가족'의 흥행은 소중한 성과다. 작품의 해외 흥행 비결은 서사의 힘이다. 가족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세 명의 청춘이 가족이라는 따뜻함 속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K-장르물 부진 속 로맨스 장르의 인기는 여전히 강하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나의 해리에게' 등 로맨스 신작들이 주요 국가들에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조립식 가족'의 성과가 더욱 값진 이유는 기존 탑 크리에이터나 배우들이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원작 IP를 각색, 웰메이드로 완성시켰다. K-드라마가 거듭 위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조립식 가족'과 같은 흐름이 거듭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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