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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끝까지 '디테일 끝판왕' 드라마가 나타났다. 그림자 하나까지 이유 있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공들인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완성도 있게 풀어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연기에 토 달기 힘든 배우 한석규가 주인공인 프로파일러 장태수 역을 맡아 활약했다. 그의 맞상대라 할 만한 딸 장하빈 역에는 신예 채원빈이 나섰다. 그는 대선배 앞에서도 주눅은 커녕 속을 알 수 없는 딸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으로 시작했던 작품의 초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주행하듯 막막했다. 장태수는 시체가 없는 사건의 프로파일링보다 딸 장하빈과의 소통이 더 어려운 아빠였기 때문. 부녀 사이 제대로 된 대화는 전무했다. 아빠는 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반대로 딸은 소름끼치도록 아빠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헤쳤다.

문제는 그럴수록 장하빈이 장태수가 수사하는 사건의 용의자에 가까워졌다는 것. 딸을 의심해야 하는 최정상 프로파일러, 장태수의 심정은 때로는 셀 수 없이 겹겹이 쌓인 배경의 그림자로 풀어졌다. 온갖 고급 목재 가구들이 있어도 그저 삭막하기만 한 장태수, 장하빈의 집안은 '원목은 따뜻한 감성'이라는 클리셰도 박살냈다. 가정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둡기만 한 집안은 또 어찌나 대조적이었는지.

인물의 감정선을 조금이라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가사가 있는 OST 대신 악기 선율 위주의 BGM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계속해서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선 딸 장하빈을 위해 영원할 것 같던 엄마 윤지수(오연수 분)의 사랑도 시든 순간, 늘 집안을 향긋하게 채우던 백합도 함께 시들었다. 참고로 백합의 꽃말은 '변함 없는 사랑'이라고. 모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 담긴 스쳐지나기 쉬운 디테일의 일례들일 뿐이다.

딸을 의심하는 아빠, 믿었던 가족의 의심에 무너진 딸의 상처.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족은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 '신뢰'는 어떻게 쌓고 얼마나 쉽게 무너지나. 말 한 번 꺼내기도 어려울 지난한 과정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조용히 집요하게 추적한다.

한 씬 한 씬 치밀하게 쌓아올린 결과, 버석하게 말라있는 듯 했던 드라마는 종장을 향해 갈수록 폭발적이다. 한석규와 채원빈의 감정과 사건의 실마리들이 수문을 연 댐처럼 터져나온다. 꽉 찬 디테일들이 영화적인 매력을 연상케 하기도. 그러나 매회 엔딩이 있고 그 모든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쌓아올렸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정체성도 확고하게 살렸다.

드라마 극본공모전에서 당선된 신인 작가의 작품을 공들여 발전시키고, 역시 신인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사적 복수라거나, 자력 구제, 히어로의 유쾌한 응징과 같은 최근 히트작들의 어떤 트렌드 공식도 답습하지 않았다. 계속 곡소리가 난다는 최근 방송가 사정을 고려하면 그 뚝심이 더욱 놀랍다.

종영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연화 감독은 작품의 마무리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들이 간직하셨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극 중 풀리지 않았던 소위 '떡밥'들을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회수한다는 자신감었다. 결과적으로 떡밥 회수는 물론 다른 의미로도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트렌드와 결이 다른 드라마가 완성도 하나로 성공할 수 있어? 왜 안 돼!"라고.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109/0005196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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