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관련해 가요계 관계자들은 물론, 꽤 많은 팬들이 예상하고 우려하던 사태가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주 소속사인 어도어에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 등을 포함한 자신들의 요구가 2주 내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속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어도어의 모 회사인 하이브가 민 전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여부를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시작한 지난 4월에 이미 예견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음반 업계 종사자들의 전망을 인용해 "경우에 따라서는 어도어를 상대로 한 뉴진스 멤버들의 전속 계약 해지 시도와 같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4월 25일자 지면을 통해 내다본 적이 있는데, 혹시라도 말이 씨가 된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뉴진스가 어도어를 상대로 내민 요구 사항들을 훑어보면 이들의 '헤어질 결심'은 단단하게 선 것처럼 느껴진다. 내용 증명 발송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아닌, 본격적인 법적 공방으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의 첫 단계로 삼은 듯해서다. 왜냐 하면 거의 모든 요구 사항들이 어도어의 현 경영진과 하이브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내용 증명의 마지막 대목에 적힌대로 '민 전 대표와 함께 하던 예전의 어도어로 되돌려 놓으라'는 게 핵심인데, 막대한 대내외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민 전 대표와 어렵게 결별한 어도어와 하이브가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뉴진스의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했지만, 그동안 접해왔던 전례들에 비춰볼 때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 계약 분쟁 발발이 가시화된 듯싶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 기회를 빌어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된다면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겠으나,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다소 낮아 보이는 탓에 분쟁 돌입을 앞둔 당사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드리고 싶다.
우선 어도어와 하이브 그리고 민 전 대표는 자존심을 굽히고 명분과 실리의 지혜로운 조화를 따져보길 바란다. 상대를 완전히 밟아버리겠다는 욕심으로 싸움이 길어져 '오징어 게임'속 대사처럼 '이러다 다 죽는' 파국을 피하려면 일정 부분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걸 되새길 때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낀 아티스트를 겉으로는 존중하는 척하고, 속으로는 돈벌이를 위한 회유와 포섭의 대상 혹은 인질로만 하찮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도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뉴진스 멤버들에게도 한 말씀 드리겠다. '데뷔하자마자 성공한 우리이므로, 소속사와의 분쟁 등과 같은 시련도 쉽게 이겨낼거야'라고 자신한다면 큰 착각이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소속사와 다투면서 순식간에 사라진 선배 가수들이 부지기수다. 또 '그렇지 않아도 심신이 피곤한데 이 참에 조금 쉬었다 다시 나오더라도 문제 없겠지'라고 믿는다면 역시나 대단한 오산이다. 지금은 모두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끝까지 지켜줄 것같지만, 막상 다툼으로 인한 공백이 길어지면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건 한순간이란 걸 명심하고 눈 앞에 닥친 모든 문제를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mail.net
https://naver.me/F0zHMX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