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연예인은 유명인일뿐 공인은 아니다.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는 정치인 등에게 적용되는 게 정당한데 연예인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불평도 나온다. 그러나 대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연예인 역시 도덕성이나 인성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이 현실이다.
이는 SNS의 발달도 큰 영향을 미쳤다.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이 발목을 잡게 될지 모르기에 연예인들이 외출을 두려워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단지 끼와 재능만으로 안방극장을 점령하던 시대는 지났다. 수십년간 활동한 연로배우들이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인간'이어야 한다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건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런 면에서 빅뱅의 메인보컬 태양은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다. 10대 시절 오디션을 통해 가요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을 한 끝에 빅뱅으로 데뷔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다진 만큼 음악성과 춤에서 월등한 재능을 보였던 태양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그룹 활동 외에 솔로 활동으로도 많은 히트곡을 내며 사랑받았고, 국내 대중음악에 큰 획을 그은 인물 중 한 명이 됐다. 특히 '눈, 코, 입'은 태양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금은 아내가 된 배우 민효린과 연애 당시 잠시 헤어졌을 때 그녀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 만든 곡이다. 두 사람은 2018년 부부가 됐고 2021년 득남한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가정을 꾸리고 아빠가 된 태양은 "음악적 변화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든지 모든 게 바뀌더라. 아름다운 변화가 너무 감사하다"고 행복한 심경을 고백한 바 있다. '진정성'을 갖고 좋은 삶을 꾸려나갈 때, 자식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태양의 말에서 깊은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태양을 오래 지켜본 한 관계자는 본지에 "태양은 떡잎부터 다른 가수였다"며 "대중에 비춰지는 모습만 그럴싸한 연예인들도 있지만 태양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정말 성실했고 예의 바르고 착했다. 활동 후에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뒤풀이 자리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해외 활동을 할 때도 늘 바른 생활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착실하게 살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는 친구였다. 지금은 같이 일을 하지 않지만 계속 응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양은 주변을 잘 챙기고 의리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함께 출연한 태양 매니저는 "벌써 10년이 넘은 아티스트와 매니저 관계다. 잘 챙겨주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10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좀 더 길게 같이 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활동 못할 나이가 오더라도 항상 옆에 같이 있는 아티스트와 매니저 관계였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매니저의 영상 편지에 놀라고 감동한 태양은 "(매니저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맙다는 말이다. 내가 언제까지 가수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에도 같이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매니저를 단지 일에 도움을 주는 직원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인생의 파트너로 진심을 다해 대하는 것이 느껴졌다.
가수 이승철 역시 수차례 태양의 인성을 언급하며 칭찬한 바 있다. 태양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6년 데뷔해 40년 가까이 활동해온 이승철은 수많은 후배들을 봐왔겠지만 늘 태양을 1순위로 꼽곤 한다. 그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좋아하는 후배는 태양이다. 음악성이라는 면에서 인정하고 춤, 노래, 인기, 외모 그리고 무엇보다 인성까지 갖췄다"라고 극찬했었다.
태양은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던 일을 하게 됐기에 가수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건 연예인이 아니라 누구라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의 자세를 본받을 만하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심사위원 등으로 참여할 때 태양은 진심을 담은 조언으로 연습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곤 했다.
"아이돌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만큼 높은 잣대와 많은 게 요구된다.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으로부터 실력이 뒷받침된다고 생각한다"는 태양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가수로서, 모범적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태양의 '롱런'을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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