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편으론, 1기 피프티피프티 사태 때 계약을 깨려 하면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멤버들에게 대중이 공분하는 걸 뻔히 봤을 텐데, 어떻게 뉴진스가 같은 행위를 하겠는가라는 관점도 있었다. '설마 설마'한 것이다.
민희진이 계속 뉴진스를 언급하면서 마치 분쟁에 뉴진스를 끌어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민희진을 비판했다. 뉴진스가 비난받게 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뉴진스가 간혹 민희진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도 많은 이들은 그걸 못 본 척하며, 민희진-하이브 진흙탕 분쟁으로부터 뉴진스를 분리하고 보호하려고 애썼다.
그때 상정된 최악의 사태는 바로 뉴진스가 직접 나서서 하이브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러면 뉴진스는 완전히 분쟁 당사자가 되고 이미지가 손상될 위험성이 있다. 사람들은 그걸 바라지 않았던 것인데 최근에 뉴진스가 결국 전속계약 해지를 직접 언급하고 말았다. 지난 11월 13일 어도어에 '14일 이내에 말씀드리는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사항을 모두 시정하라'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지난 9월 11일에 뉴진스는 민희진의 대표직 복귀를 요구하며 14일 이내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소속사와 싸우겠다는 느낌의 개인방송을 했었다. 그때 계약해지 법정 싸움의 가능성이 제기됐었지만 14일이 지나도 뉴진스는 잠잠했다. 그러다 이번엔 '느낌' 정도가 아니라 명시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라는 단어를 썼다.
이제 14일 이내에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정말 최악의 상황인 법정 싸움과 진흙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진스는 한류의 소중한 새싹인데 한창 활동해야 할 시점에 이런 공방에 빠진다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소송을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민희진과 뉴진스가 정당하고, 어도어와 그 모회사인 하이브가 부당하다면 뉴진스는 당연히 싸워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분에 의문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가처분 심판 당시 재판부는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는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법적인 범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민희진에게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민희진이 부정한 모의를 한 것 아닌가 의심하게 할 만한 메시지 내용들도 알려졌다. 그런 일부 메시지에 대해 민희진이 그저 '사담'이었다고 일축한 것도 의혹을 키웠다.
민희진은 이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하이브 측에서 메시지 짜깁기, 증거 조작 등으로 자신을 모함한다고 항변한다. 하이브에 법적 대응한다고도 했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뉴진스가 민희진-하이브 공방에 당사자로 등판하는 건 위험해 보인다. 만약 법정에서 하이브의 부당행위가 확인된다면, 그 이후에 뉴진스가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다.
1기 피프티피프티 사태 당시에 만약 그 팀에게 팬덤이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란 이야기가 나왔었다. 뉴진스에겐 강력한 팬덤이 있다. 그들이 민희진과 뉴진스를 응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에서 민희진에게 우호적인 기사도 많이 나왔다. 얼마 전 국회에서 의원들이 뉴진스 편을 들면서 하이브 측에 호통을 치기도 했다. 다른 레이블 매니저가 뉴진스 멤버 하니에게 듣기 싫은 말을 했다는 주장 하나로 국회의원이 나서서 질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들이 뉴진스에게 계약해지 소송을 결행할 용기를 갖게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옹호가 과연 정말 뉴진스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자칫 이미지가 크게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신중한 행보가 요구된다. 뉴진스가 계약해지 싸움에 나서는 건 좀 더 잘잘못이 분명해진 뒤에 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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