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신인개발팀 관계자의 말이다.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새벽 2시에 귀가하는 삶. 다이어트를 위해 일주일 동안 물만 마시는 ‘아이들’이 엔터테인먼트 왕국에는 넘쳐난다.
“대부분은 생리를 안 하죠. 한창 자랄 시기에 안 먹고 운동만 하니까요.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시스템은 여기에 없습니다. 무조건 목표 지점을 달성하라고 시키죠. 생리를 안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좋아합니다. 편하니까요. 학교를 안 가는 어린 여자아이들은 생리를 안 한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성교육을 해주지는 않거든요.”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전날보다 몸무게가 조금이라도 많이 나오면 집에 갈 수 없었어요. 목표 몸무게가 될 때까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벌을 서야 했습니다. 이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조금만 먹어도 입원해야 할 지경이었죠. 장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7년간 연습생이었던 가은(가명)도 이렇게 회상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은 없다. 이 왕국은 학교도, 회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돌봄의 의무가 없다.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연습생은 회사와 ‘고용’관계도 아니다. 연습도 시키고 벌도 주지만, 노동법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멤버였던 노혜란 씨를 만나 아이돌과 연습생 생활의 일면을 들었다.
#하혈만 세 달…일주일에 한 번은 응급실
혜란은 힙합을 좋아했다. ‘아이돌’이라는 개념도 자리 잡지 않은 시기였다. ‘보아’를 보면서 춤과 노래를 하는 퍼포먼스 가수의 꿈을 키웠다.
운도 좋았다. 오디션을 몇 번 보지 않고서 ‘합격’했다. 업계에선 제법 대우가 좋다는 평이 난 회사였다. 다른 회사 연습생에게 부러움도 샀다.
15살. 방과후 매일 새벽까지 연습했다. 밤을 새우고 학교를 가는 일도 자주 있었다. 연습생 혜란의 일과였다. 연습시간을 늘리려고 회사 근처 고시원에 들어갔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좁은 방 한 칸에서 꿈을 키웠다. “연습 시간도 꿈꾸는 시간이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보고 달려가는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이었죠”.
그렇게 3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19살, 드디어 ‘데뷔’의 기회가 주어졌다. 170cm의 혜란은 매일 체중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젖살도 카메라 앞에서는 용납되지 않았다. ‘다이어트’가 실력보다 더 앞섰다. 스케줄도 만만치 않았다. 바쁜 시기에는 오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일정이 있었다.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단 2시간뿐이었다.
몸무게를 재고, 다이어트를 하고, 하루 8시간씩 운동을 했다. 10일 동안 음식은커녕 물조차 마시지 않은 적도 있다. 물을 삼키지 않고 한 모금 머금은 뒤 뱉고, 또 머금은 뒤 뱉었다. 그렇게 버텼다.
결국 몸이 망가졌다. 위경련이 심해지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응급실에 실려 갔다.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났다. 데뷔 후에는 생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세 달 내내 하혈이 이어지기도 했다.
몸이 아파도 다이어트는 계속됐다.
“업계 자체가 그런 분위기인 거죠. ‘너는 몸이 약간 부해 보이니 볼륨감을 키워서 날씬해 보이게 해봐라’, 이런 말이 일상적이에요. 장염이 걸리면, 살 빠지니까 잘됐다고 해요. 여기서 유행하는 다이어트약이 있어요. 이걸 먹으면 몸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갑니다. 그래도 무조건 먹는 거죠. 저도 자발적으로 몇 달 동안 먹은 적이 있어요. 일단 몸무게를 맞춰야 하니까. 이걸 먹고 간질까지 온 친구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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