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 칼럼] 그룹 뉴진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어도어에 잔류할 것인가, '엄마' 민희진을 따를 것인가? 민희진 어도어 이사가 지난 20일 사임하며 “하이브 측에 주주 간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하이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풋 옵션(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에 따른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액수는 약 260억 원으로 추산된다.
뉴진스는 지난 13일 어도어에 민 이사의 대표 이사 복귀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에 따르면 오는 27일까지 어도어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속 계약 해지를 선언한다. 지난 4월 모회사 하이브와 당시 대표 민 이사의 갈등이 시작된 이래 많은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이다. 경우의 수는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이브, 뉴진스, 민 이사 등이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법정 다툼에 돌입한다. 첫째, 어도어는 뉴진스에 계약 위반에 따른 약 3000억 원의 위약금 청구 소송을 할 것이다. 뉴진스는 어도어의 불성실을 계약 해지의 근거로 주장할 것이다. 민 이사는 주식 매수 청구 권리를, 하이브는 주주 간 계약 해지의 근거인 신뢰 훼손을 각각 주장할 것이다.
이 경우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뉴진스이다. 소송 중 어도어(하이브)는 뉴진스를 방치할 것이 뻔하지만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뉴진스는 뉴진스로서 활동할 수 없다. 뉴진스라는 브랜드의 소유자는 어도어이다. 다섯 명이 모두 모여 새 이름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재판부가 뉴진스의 손을 들어 주거나 하이브가 그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다면 당분간 불가능하다.
둘째, 민 이사나 뉴진스의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3000억 원의 위약금을 어도어에 납부하는 경우. 결말이 가장 쉬운 시나리오이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 돈으로 새 걸 그룹을 론칭하면 어도어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또한 협의 과정에서 뉴진스라는 브랜드를 양도할 수도 있다. 뉴진스의 팬들을 비롯해 K-팝의 모든 팬들이 희망하는 그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그 돈을 새 투자자가 도와주었고, 투자자와 민 이사 혹은 뉴진스가 이전부터 접촉했다면 탬퍼링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럴 경우 역시 칼자루는 하이브가 쥐고 있다. 셋째, 뉴진스가 어도어에 잔류할 경우. 이 시나리오 역시 적지 않은 팬들이 바라는 결론이다. 하이브와 민 이사가 잘 화해하고 뉴진스는 계약대로 어도어에 잔류하는 아름다운 이별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첫째 그림의 가능성이 제일 높다. 뉴진스가 어도어에 계속 남으려면 하이브는 일단 민 이사를 대표 자리에 복귀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 이사가 사임한 것은 사전 교감이 있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후자일 경우 뉴진스와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시그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진스는 민 이사와 매우 가깝다.
어쨌든 뉴진스는 27일 이후 전속 계약 해지 소송 또는 전속 계약 효력 금지 가처분 등을 제기할 것이 자명하다. 또한 민 이사의 풋 옵션 관련 소송은 뉴진스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철저하게 그녀의 전쟁이다. 세 진영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형사와 민사 모두 걸쳐 있기에 간단치 않다. 결론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뉴진스가 제일 불리한 배경이다.
뉴진스는 이제 데뷔 2년을 넘긴, 아직은 신인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루어 낸 결과물은 엄청났다. 최단기간에 일본 도쿄돔 무대에 올랐고, 두 번째 EP ‘겟 업’으로 K-팝 뮤지션 최단기간(1년)에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200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현재까지 발표한 앨범 5장 모두 밀리언 셀러에 오르며 그야말로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
이번 다툼에서 가장 손해를 볼 것 같은 이유이다.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라는 잠언이 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계나 연예계에서 매우 와닿는 말이다. 뉴진스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걸 그룹이다. K-팝 신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예 걸 그룹, 보이 그룹이 데뷔한다. 기존의 그룹들도 인기를 유지하거나 더 높이기 위해 그야말로 처절하게 몸부림을 친다.
유명 아이돌을 보자. 정규 앨범을 비롯해 싱글을 수시로 발표하는가 하면 정규 활동이 없을 때에도 SNS 활동 등을 통해 맥박이 뛰고 있음을 쉴 새 없이 알린다. 팬들과의 소통, 팬 서비스인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용틀임이다. 이는 경쟁이 심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이돌의 한계 때문이다. 순수하게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30대 초반, 중반이 마지노선인 게 현실이다.
그래서 솔로 가수 혹은 싱어 송 라이터, 배우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뉴진스는 아직 젊다. 16~20살의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다. 하지만 만약 법정 공방으로 인해 공백기가 발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민 이사는 하이브와의 다툼 과정에서 뉴진스의 앞과 뒤로 데뷔한 르세라핌과 아일릿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많이 노출한 바 있다. 당연한 감정이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노후 사회로 가고 있다고 해도 걸 그룹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 제2의 뉴진스, 제2의 블랙핑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뉴진스뿐만 아니라 팬들도 성장한다. 만약 뉴진스라는 걸 그룹의 활동이 향후 2년간 중단되더라도 모든 팬덤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2500년 전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라고 선언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뉴진스 팬들이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행정 종결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급된 금액이 수익 배분의 성격으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라 보기 어렵고 세금을 각자 부담하고 근로 소득세가 아닌 사업 소득세를 납부하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연예 활동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초기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려 할 때만 해도 법원은 민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후에는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어쨌든 이 싸움이 투자자와 팬들의 피로도까지 높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에 간접 해법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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