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 13일 소속사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시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데 이어, 지난 20일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사내이사직을 사임하면서 뉴진스와 민 전 대표가 함께 어도어를 떠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분쟁이 불거졌을 당시 민 전 대표 측에서 뉴진스 탈취 모의를 의심케 하는 메시지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민 전 대표는 사담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진행되는 모습을 감안하면 그 사담이 현실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가요계를 강타했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피프티피프피 전속 계약 분쟁’을 떠올리게 한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1기 멤버 4명은 갑자기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진행했으며, 그 배경에 외부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발생한 사건이다.
가수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그러한 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뉴진스와 피프티피프티는 비슷하다. 동시에 일부에선 다른점도 보인다. 이에 뉴진스와 피프티피프티가 어떤 점에서 비슷한지, 어떤 점에서 다른지 비교해본다.
◆피프티피프티와 뉴진스의 공통점은?
‘단기간 흥행에 성공한 아티스트와 부모가 제작자와 결탁, 외부 투자자와 접촉해 계약 만료 전 소속사를 이탈하기 위해 법적 분쟁을 일으키거나 시도하려한다’는 점에서 피프티피프티와 뉴진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일명 ‘템퍼링’이다.
데뷔곡 ‘큐피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피프티피프티는 소속사 어트랙트에 대해 정산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6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서울중앙지법) 신청하고 같은해 8월엔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피프티피프티의 프로듀싱, A&R(음반 및 아티스트 기획), 마케팅 등을 맡았던 외주사인 더기버스(대표 안성일)가 멤버들에 대해 템퍼링하고, 부모들과 결탁해 멤버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피프티피프티와 어트랙트는 법정 다툼을 벌였으며, 피프티피프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10월 멤버 키나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한 항고 취하서를 제출하며 어트랙트로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현재까지 어트랙트와 법정 다툼 중이다.
뉴진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뉴진스 멤버들이 언론 등을 통해 언급했던 말이나 민 전 대표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 제작자인 민 전 대표와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욱이 민 전 대표에 대한 하이브 감사에서 뉴진스를 데리고 나간다는 경영권 탈취 시도가 드러났음에도 멤버들은 지속적으로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를 요구했다. 멤버의 부모들도 민 전 대표와 강한 유대감을 드러내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5월 30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재판부는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하여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함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13일 어도어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통해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사항을 모두 시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어도어가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할 예정임을 알린다”고 밝혔다. 기한은 28일까지로, 멤버들이 전속계약 해지를 위한 행동에 들어설 것을 예고한 것이다.
소속사를 상대로 가수들이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던 피프티피프티와 같은 모습이다. 여기에 외부투자자와 접촉한 점도 유사하다.
어트랙트는 피프티피프티 멤버 부모들이 지난해 5월 17일 워너뮤직코리아 본사에서 템퍼링 회의를 진행했다는 증거를 확보해 워너뮤직코리아에 2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최근 제기했다.
하이브 감사에 따르면 민 전 대표를 비롯한 당시 어도어의 경영진은 싱가포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글로벌 국부펀드에 회사 매각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나는 문건이 발견됐다.
지난 20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힌 것도 경업금지 조항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자자와 접촉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피프티피프티와 뉴진스의 차별점은?
우선 템퍼링의 주체가 소속사 외부와 내부라는 점에서 피프티피프티와 뉴진스가 다르다.
피프티피프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주사인 더기버스가 멤버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뉴진스는 민 전 대표, 즉 소속사 내부 관계자가 템퍼링 주체다.
전속계약 해지 분쟁 사유 또한 같지 않다. 피프티피프티는 불투명한 정산과 멤버 건강 관리 위반, 연예 활동 지원 부족 등이 이유였다.
반면 뉴진스는 소속사 지원 부족을 이유로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인 업계에 따르면 뉴진스 멤버들은 각각 연간 50억여원을 정산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속사의 멤버 건강 관리나 연예 활동 지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에도 근거가 부족하다.
뉴진스가 지난 13일 어도어에 보낸 내용증명에 어떤 사안이 포함됐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선 라이브 방송 때와 유사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뉴진스는 지난 9월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가 사적인 기록과 자료들을 유출한 점, 보호 요청이 묵살된 점, 타 레이블 매니저가 ‘무시해’라는 발언을 한 점을 불만 사항으로 이야기하며 ‘민희진 사내이사가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어도어로 돌려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뉴진스가 어도어의 유일한 소속 가수이기는 하지만, 가수 본인에 해당하는 게 아닌 어도어 경영에 해당하는 부분을 조건으로 내걸은 것이다. 이는 지나친 요구인 동시에, 회사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이다.
전속 계약 해지 이후를 대비한 모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피프티피프티는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부모들과 더기버스가 각각 ‘피프티피프티’와 멤버 이름의 한글 상표권 출원과 곡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하려고 했다. 어트랙트가 피프티피프티의 미국 활동명인 영문 ‘FIFTYFIFTY’만 상표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곡에 대한 저작권도 어트랙트가 스웨덴 음악학교 학생들의 곡(큐비드)을 사는 과정에서 더기버스를 통해 진행하면서 더기버스가 해외 작곡가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반면 뉴진스는 다른 그룹명으로 활동할 것을 최근 시사했다. 상표권 출원과 저작권 등을 이미 어도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 멤버 하니는 지난 16일 ‘2024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KGMA) 대상(그랜드 아티스트) 수상 소감으로 “사실 저희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다섯 명이랑 버니즈랑 만든 사이를 방해… 방해할 수 있는 거 없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뭉치자”라고 밝혔다. 다니엘도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라며 말했다.
어도어로를 나와도 계속 같이 활동할 것인데, ‘뉴진스’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뉴진스와 민 전 대표 등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전속계약 해지 소송까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뉴진스의 현재 모습은 지난해 피프티피프티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물론이고 업계에서까지 뉴진스와 민 전 대표, 하이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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