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도광산 추도식에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경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일본정부 대표로 참석시키겠다고 한 건 ‘의도적 결례’에 가깝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만난 지 1주일 만에 사실상 한국의 ‘뒷통수’를 친 셈이라 일본의 결정이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를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한술 더 떠 일본 언론은 한국의 과잉대응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하는 등 오히려 한국 탓을 하는 듯한 분위기다.
24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일본 측은 성심성의껏 대응해 왔다.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한국이 국내 여론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 어렵게 개선된 한·일 관계에 지속적 악재를 돌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약속해야 할 시기에 과거사 문제로 인해 관계가 자꾸만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정치권은 물론이고 외무성에서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어떤 부분에서 민감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모르는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관계가 윤석열 정부 들어 전향적으로 개선됐으니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안일하게 여기는 듯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이 일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