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고돌아 대결은 ‘빅2’의 맞대결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 두 대형 OTT 플랫폼은 저마다의 콘셉트와 형식 그리고 장르로 2024년 연말과 2025년 초 대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넷플릭스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세계 각국 언론사 기자 100여 명을 초청해 비영어권 국가 콘텐츠 쇼케이스를 열자, 디즈니플러스가 20일부터 이틀 동안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플러스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 2024’ 행사로 물량을 쏟아내며 되받아친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넷플릭스의 쇼케이스에서는 여러 편의 비영어권 작품이 소개됐지만, 현장의 눈길을 가장 크게 끌어모은 것은 다음 달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 시즌 2’(이하 오징어 게임 2)의 존재였다. 그리고 디즈니플러스의 쇼케이스에서도 수십 편의 작품이 소개됐지만,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다음 달 4일 공개되는 ‘조명가게’와 시즌 2 제작을 선언한 ‘무빙’ 등 강풀 작가의 세계관 작품들이었다.
넷플릭스는 비영어권 작품을 소개하고, 디즈니플러스도 APAC 즉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를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K-콘텐츠’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 벨라 바자리아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라며 “시즌 1을 좋아했다면 시즌 2도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디즈니엔터테인먼트의 데이나 월든 공동회장 역시 일본의 시리즈 ‘쇼군’과 함께 한국의 ‘무빙’을 거론하며 “두 작품은 디즈니의 길잡이이자 영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올해만 해도 14편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쏟아낸 넷플릭스는 다음 달 ‘오징어 게임 2’로 대망의 마무리이자, 2025년의 시작점을 찍는다.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 2’는 2021년 공개돼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 된 ‘오징어 게임’ 속편이다.
여기에 내년 공개가 예정된 드라마만 12편에 달한다. 웨이브에서 건너온 ‘약한영웅 Class 2’를 시작으로 ‘폭싹 속았수다’ ‘탄금’ ‘광장’ ‘중증외상센터’ ‘다 이루어질지니’ 등이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오징어 게임’ 세계관의 마지막을 장식할 시즌 3 역시 내년을 공개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여기에 ‘대홍수’ ‘84제곱미터’ ‘계시륵’ ‘사마귀’ 등 오리지널 영화와 ‘솔로지옥 4’ ‘대환장 기안장’ ‘데블스 플랜’ 등 예능 콘텐츠도 대기 중이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현재 공개된 것만 9개의 드라마를 2025년 대거 공개한다. 이미 다음 달 4일 공개로 그 전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가 시작이다. 내년 1월부터 김혜수의 ‘트리거’, 박은빈-설경구의 ‘하이퍼나이프’, 김수현의 ‘넉오프’, 손석구의 ‘나인퍼즐’, 류승룡-임수정의 ‘파인:촌뜨기들’이 공개됐다.
여기에 강동원-전지현의 ‘북극성’, 현빈-정우성의 ‘메이드 인 코리아’, 로운-신예은의 ‘탁류’, 지창욱-도경수의 ‘조각도시’ 등도 내년 공개를 예정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1년에 한 두편은 제작되던 예능 라인업을 줄여가며 오리지널 드라마 띄우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OTT 시장은 외국계열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에 국산 티빙과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이 맞붙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작품수가 줄어든 웨이브와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보다는 스포츠 중계로 다원화를 꾀하고 있는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사례처럼 예전같이 오리지널 드라마에는 총력을 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가장 많은 구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 시장에는 ‘맹주’ 넷플릭스와 ‘신흥 강호’ 디즈니플러스의 맞대결이 남았다. 이 20여 편의 드라마가 뒤섞여 경쟁하는 2025년의 분위기는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 TV 플랫폼을 포함한 대한민국 드라마 전체 판도를 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