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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K-팝 공연을 본다’는 말이 이젠 일상이 됐습니다.”






‘2024 마마 어워즈’(MAMA AWARDS)에서 만난 미국 빌보드 켈리 테트리스 PD는 미국 내 K-팝의 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CJ ENM이 25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시상식을 올해 처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심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연 이유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 대로변에 있는 돌비시어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매년 열리는 장소지만, 이날만큼은 K-팝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K-팝 시상식 중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2024 마마 어워즈’를 찾은 이들이었다.

취재차 방문한 테트리스 PD는 10년간 K-팝을 다뤘다며 “K-팝을 모르던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회다. ‘오늘 저녁에 뭐 해?’라는 일상 대화에서 ‘K-팝 공연 본다’는 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처럼 누구나 아는 K-팝 그룹은 극소수이고, 그 밖의 그룹은 뛰어난 실력만큼의 인지도는 얻지 못하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내리며 “빌보드에서 데이터를 보면 BTS의 노래 중 ‘BUTTER’(버터)나 ‘Dynamite’(다이너마이트)처럼 100% 영어로 된 곡으로 좋은 성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한국어로 음악을 듣거나 인터뷰하기를 좋아하지만, 별개로 결국 영어가 K-팝 확장성에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마마 어워즈가 열린 돌비시어터는 3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극장이다. 하지만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주변을 서성이는 K-팝 팬들이 부지기수였다. 4개 층 객석이 관객들로 빽빽이 들어찼고, 함성과 박수 소리는 스포츠 돔 구장만큼 컸다. 무대와 객석 간 거리가 불과 2∼3m에 불과해 마치 소극장처럼 느껴졌다.무대 전광판에 K-팝 그룹들의 영상이 뜨자 극장 지붕을 날릴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입장 중에 만난 LA 주민 리치 카스트로 씨는 “여기보다 훨씬 더 큰 곳에서 열렸다고 해도 객석을 다 채웠을 것”이라고 했다. 2NE1의 음악을 듣던 8세 때부터 15년째 K-팝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가까운 데서 편한 시간대에 K-팝 시상식을 직접 볼 수 있어 너무 흥분된다”면서도 “LA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허브라서, K-팝 시상식은 훨씬 더 이르게 열렸어야 한다”고 했다.

K-팝 시상식의 미국 착륙지로서 돌비시어터가 선택된 이유는 상징성이다. CJ ENM이 제작하고 투자·배급한 영화 ‘기생충’이 4년 전 이곳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바 있다. 쾌거를 되새기면서 미국 사회 전반에 K-콘텐츠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선언이다. 현지 관객은 그 조짐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살고 있는 제시 아커스 씨는 “K-팝은 일종의 커뮤니티다. 다른 장르에 비해 공연자가 110% 에너지를 열정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라며 “10대 때부터 30년 동안 밴드 음악을 듣고 있지만, 이런 면에서는 밴드가 K-팝에 비해 밋밋하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 조너선 카부코 씨는 “2주 전에 갔던 한국에서 K-팝 공연을 못 봐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함께 온 여자친구도 직접 K-팝을 듣게 돼서 너무 기대된다”며 웃었다.

이날 돌비시어터에서는 보이그룹 라이즈(RIIZE)·투어스(TWS),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영파씨(YOUNG POSSE)·아일릿(ILLIT) 등이 무대를 꾸몄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과 한국계 미국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의 합동 공연은 백미였다. 두 대가의 호흡에 일제히 일어선 관객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 모습을 담는 지미집 카메라의 위치도 눈에 띄었다. 평소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기를 원하는 이를 위한 자리였던 2층 측벽 객석에 설치된 지미집 카메라가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세계에 전했다. 아울러 돌비시어터에서 영광을 누렸던 할리우드의 주역들이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더스틴 호프먼이 K-팝 신인상을 건네는 진풍경이 나왔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 각본을 쓰고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영화감독도 시상자로 나서 “이민 2세대로서 전 세계에 K-팝, K-드라마, K-영화의 힘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22∼23일(현지시간)에는 일본 교세라돔 오사카(大阪)에서 ‘2024 마마 어워즈’ 2·3일 차 일정이 진행됐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올해 세계를 휩쓴 ‘APT.’(아파트)의 첫 번째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9년 만에 ‘마마 어워즈’를 찾은 가수 지드래곤(GD)이 ‘홈 스위트 홈’·‘파워’ 등 신곡을 들려줬고, 태양·대성과 함께 그룹 빅뱅의 완전체로서 ‘판타스틱 베이비’·‘뱅뱅뱅’·‘무제’ 등을 선사했다. 한편 ‘2024 마마 어워즈’ 4개의 대상 부문에 해당하는 ‘팬스 초이스 오브 더 이어’와 ‘올해의 노래’는 각각 BTS 지민, 걸그룹 에스파에게 돌아갔고, 그룹 세븐틴은 ‘올해의 가수’ ‘올해의 앨범’ 등 2개 부문을 석권했다. 세븐틴은 분장이 지워져 번질 정도로 오열했다.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12501032112159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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