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그의 최측근들이 지난 3월 뉴진스의 위약금을 미리 산정한 정황이 공개됐다. 이들은 올해 6월, 뉴진스가 물게 될 위약금을 자체적으로 계산해 봤다.
24일 조선닷컴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 전인 3월, 뉴진스가 어도어를 떠날 경우 뱉어내야 할 위약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멤버 5인이 물어야 할 위약금이 최대 62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계약해지가)힘들겠다’고 판단했다.
수순이다. 그러나 하이브가 감사를 실시하기도 전 민 전 대표와 측근들이 구체적으로 뉴진스의 위약금 규모를 계산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뉴진스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보도된 대화 내용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통해 일부 공개된 것이지만, 이들이 구체적으로 위약금을 계산해 본 사실은 처음 알려졌다. 그간 민 전 대표는 레이블의 경영권 독립을 꿈꾸는 것일 뿐, 뉴진스의 독립(계약해지)을 계획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개된 대화 내용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화 내용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3월 14일 어도어 A부대표는 민 전 대표에게 "(뉴진스) 월평균 매출액을 2억 원으로 잡고 해지 시점을 6월 말로 잡으면 잔여기간은 약 62개월”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1인당 위약금이 약 124억 원, 5명으로는 620억 원 예상된다고 전했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의 위약금을 추정 보고한 최측근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얼마 안 되는데?"라고 답했다. 자신의 예상보다 위약금이 적게 산정됐다는 뜻이다.
민 전 대표의 말에 B부대표는 정산금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계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자 위약금은 4500억 원~6200억 원대에 이르렀다.
단순히 액수만 계산하지 않았다. A부대표는 민 전 대표에게 "다만 현재 체결된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중요한 계약의 변경, 해지, 갱신은 어도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도록 되어 있다"라며 "월평균 매출액에 따라서 금액이 더 커질 수도 있다"라고 보고했다.
위 내용은 민 전 대표를 비롯한 그의 최측근들이 뉴진스의 계약해지를 검토했다는 정황을 말해준다. 그간 이들은 하이브의 감사를 통해 공개한 문서 및 문자에 대해 ‘직원들의 사적 농담’이라고 설명해왔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위약금에 대해 매우 정밀한 농담을 나눈 셈이다.
이들의 계산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계약 해지 위약금은 계약 해지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산정한다. 이번에도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이들의 대화는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실로 민 전 대표와 최측근이 산정한 위약금 추정액은 업계의 추정액과 일치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어도어의 지난해 매출은 1103억 원으로, 뉴진스의 잔여 계약기간 5년에 대한 위약금은 약 4000~6000억 원으로 추측되고 있다.
A부대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멤버들 탈퇴하는 건 저희 쪽에서도 입는 피해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계약해지를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계획을 세운 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현재 뉴진스는 어도어를 상대로 시정 요구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태다. 사실상 계약해지 소송을 위한 수순이다. 그러나 하이브가 감사를 실시하기도 전 민 전 대표와 측근들이 구체적으로 뉴진스의 위약금 규모를 계산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뉴진스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뉴진스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지 않고 어도어를 떠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속사의 귀책 사유를 증명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뉴진스가 주장하는 내용으로는 소속사의 귀책을 증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노동부는 하이브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뉴진스에 대해 월급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이들의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멤버들의 하이브를 비판하기 위해 들었던 무기의 정당성이 사라진 것이다.
또 뉴진스가 시정으로 요구한 사안 중 하나인 민 전 대표의 대표직 복귀는 민 전 대표가 스스로 어도어를 떠나면서 무의미해졌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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