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이번에도 사적 농담일까.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측이 지난 3월에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위약금 규모를 따져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하이브의 감사가 시작되기 한 달 이상 앞선 시기로, 일각에서 제기한 소위 '템퍼링' 의혹의 근거로 해석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민희진 전 대표는 하이브가 감사를 통해 입수한 모든 자료에 대해 '사적 농담'이라거나 '사실이 아니'라며 표절 카드로 응수해왔다. 하지만 민희진 전 대표가 하이브에 표절 문제를 제기하기 전 이미 뉴진스의 계약해지 위약금을 염두에 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우연일까. 민희진 전 대표의 시나리오 순서는 그와 최측근들이 메시지를 통해 언급한 대로 흘렀다.
24일 조선닷컴은 민희진 전 대표와 측근으로 알려진 어도어 전 부대표 2명이 지난 3월 14일 나눈 카카오톡 대화록을 일부 발췌해 보도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이들은 이미 3월, 뉴진스가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할 경우 물어야 할 위약금 액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추정된 위약금은 4500억~6200억 원에 달한다.
예상보다 높은 위약금이 나오자 A부대표는 민희진 전 대표에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멤버들 탈퇴하는 건 저희 쪽에서도 입는 피해가 너무 큰 것 같다. 과거 앨범들도 다 놓고 나와야 하고, 브랜드들과 계약 같은 것도 다 어도어로 물려 있다"고 보고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화의 시점이다. 이들은 올해 3월 14일 위약금에 대해 얘기했다. 민희진 전 대표 측에 대한 하이브의 감사는 이로부터 한 달 이상 지난 4월 22일에 시작됐다. 하이브가 왜 어도어를 상대로 감사를 실시한 것인지, 그 정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민희진 전 대표 측은 하이브가 돌연 감사를 실시한 것에 대해 자신이 아일릿의 표절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내부 고발로 미운털이 박혀 감사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희진 전 대표가 하이브에 표절 문제를 제기한 이메일을 보낸 건 4월 3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하이브에 표절 문제를 제기하기 전, 이미 뉴진스의 계약 해지를 염두에 둔 셈이다. 세간에서 자꾸 템퍼링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희진 전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위약금을 계산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멤버들은 각 개인이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위약금은 민희진 전 대표나 어도어 부대표들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민희진 전 대표 등 3명은 이 위약금을 자신들의 피해라고 명시했다. 이들이 경제공동체로서 함께 탈퇴를 모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민희진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피프티피프티 사건이 선례로 남지 않았나. 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화 내용은 템퍼링 의혹이 제기되기 충분하다. 실제로 하이브의 법률대리인 김앤장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한 하이브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연예 시장은 지분 구조와 상관없이 탈취가 가능한 구조라며 뉴진스를 피프티피프티 사태와 견주었다.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를 떠나고, 뉴진스가 사실상 계약해지 소송을 선포하는 내용증명을 소속사에 발송하면서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전쟁은 더욱 첨예해졌다.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에 대해 제기한 의혹들 중 하나는 '뉴진스의 독립'이다. 이 사안이 양측의 전쟁 발발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 민희진 전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구체적인 위약금을 산정한 정황이 드러났고, 의혹은 커지고 있다. 퇴사 후 하이브는 물론 레이블즈에 전쟁을 선포한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 재직 시절 뉴진스의 위약금을 계산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논리를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https://naver.me/xHgRch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