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가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들의 거취를 향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앞서 어도어를 상대로 요구한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을 시 더 이상 회사에 몸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던 바.
여기에 20일에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돌연 하이브 퇴사를 선언, 현재 표면적으로는 일단 뉴진스는 어도어 안에, 민희진은 완벽한 타인(외부인)이 된 상황. 물론 시기가 언제인지는 달라질 수 있으나 이제까지의 전개와 추이를 감안하면 뉴진스가 '엄마' 민희진을 따라 나서기 위해 어도어를 나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쉽게 민희진과 동행하기 어려울 것', '전속계약 해지 시도는 할 수 있으나 결국 불발에 이를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 쪽도 있는데, 이러한 예상들이 나오는 건 바로 천문학적 액수의 '위약벌' 때문이다.
통상 기획사와 아티스트 사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 한쪽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첨예하고 지리한 송사 끝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획사든 아티스트든 어느 한 쪽에 위약벌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이제 어도어와 뉴진스 역시도 이 수순에 접어들 걸로 보이는데, 이전의 사례들과 다소(?) 차이가 있어 사안의 향배가 더욱 흥미롭다. 특히 뉴진스 측이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하는 주체란 점에서, 계약 해지 여부와 상관없이 위약벌이 발생한다면 이는 뉴진스의 부담(책임)이 될 여지가 크다. 그런데 그 위약벌의 규모를 두고 업계 안팎으로 상상초월 액수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다.
팬들은 물론 업계 내부자들마저도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체 위약벌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이번 뉴진스 사례에 과연 어떻게 적용될지 들여다봤다.
위약벌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벌금을 내는 것을 말한다. 가요계에서 위약벌 조항은 지난 2009년 표준계약서가 제정될 당시 규정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원 판결 및 심결례를 반영, 위약금(벌)은 합리적인 제한 사항이라고 설명하면서 위약벌을 인정했고, 이후 표준계약서가 문화부로 이관된 이후에도 해당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가수들의 경우 위약벌은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으로 규정된다.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가수가 계약을 파기할 경우 기획사는 기존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없어진다는 걸 고려, 가수가 계약기간을 유지했을 경우 얻었을 가상의 이익을 염두에 둔 산식이다.
지난 2015년에는 엑소 멤버였던 타오가 당시 소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을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약벌 조항을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조항을 유효하다고 봤다. 당시 법원은 오랜 시간과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 연예인이 무단으로 계약을 이탈하는 경우 기획사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는 게 곤란하다는 점을 위약벌 조항 유효 근거로 삼았다.
뉴진스의 경우 어도어와의 법적 분쟁에서 회사의 귀책 사유를 입증한다면 위약벌 없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년간 엔터 소송을 진행 중인 한 전문 법조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법원에서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보는 유형은 정산금 미지급, 연예활동에 인적 물적 지원 부족, 인권침해, 신뢰관계 파탄 등이다. 뉴진스가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고, 회사 내 따돌림 문제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볼 때 인권침해, 신뢰관계 파탄 등을 해지 사유로 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법원에서 하이브의 귀책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도 이미 양측의 신뢰가 파탄됐다고 인정되는 경우 전속계약은 해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법원에서 신뢰관계 파탄의 책임이 아티스트에 있다고 본다면 아티스트가 위약벌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진스가 회사의 귀책 사유를 밝히지 못한다면 멤버들이 내야 할 위약벌 규모는 국내 아티스트 분쟁 중에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내 아이돌 그룹 계약기간이 7년이라는 가정 하, 지난 2022년 7월 데뷔한 뉴진스는 계약기간이 아직 4년 8개월 정도 남았다. 뉴진스가 유일한 IP인 어도어가 2022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24개월간 약 1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 이를 월평균으로 나눠 남은 계약기간을 곱하면 위약벌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위약벌 금액은 재판부 재량에 따라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인당 수백억원대를 물어야 하는 상황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데뷔 2년이 갓 지난 아이돌이 회사를 나가기 위해 이 정도의 위약금을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 어린 시선이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뉴진스가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제시한 데드라인은 오는 27일이다. 이날이 지나면 과연 이들은 천문학적인 위약벌을 감수하더라도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을 벌일까. 뉴진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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