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24일 ‘사도(佐渡) 광산 추도식’에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56)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대표로 보낸 것과 관련해 일본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국이 싫어하는 인사를 보내 개선된 일·한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과 함께 “애당초 외교 경험도 없는 사람을 외교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앉혔다”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원죄론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외교가에선 “이시바 총리의 ‘인사 실책’이 부른 참사”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이는 이시바 총리가 지난달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새 내각을 꾸리면서 이쿠이나를 포함해 아이돌 출신 여성 의원 두 명을 정부 요직에 발탁한 데 대한 비판이다.
이시바 총리는 1980년대 중반 인기 아이돌 ‘오냥코클럽’ 출신의 이쿠이나를 외무성 정무관에, 90년대 후반 4인조 아이돌 ‘스피드(SPEED)’의 멤버였던 이마이 에리코(今井絵理子·41)를 부흥청 정무관에 각각 임명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선 정부 부처마다 국회의원이 대신-부대신-정무관 등 ‘정무 3역’을 맡는데, 정무관은 특정 정책 분야에서 대신을 보좌하는 만큼 책무가 막중하다.
인선 발표 당시 내각을 대변하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의 “능력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란 인선 배경 설명이 부정적인 여론을 더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걸그룹 출신 정무관에 대해선 정책에 대한 식견은 물론 불륜 스캔들(이마이 정무관) 등 부정적인 꼬리표까지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상에선 “국민을 바보로 만들지 말라”는 원성이 쏟아졌고, 급기야 70년대 여성 아이돌 ‘캔디즈’의 팬인 이시바 총리의 취향까지 거론됐다.
다만 일각에선 “이시바 총리가 선거 참패의 원인인 정치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을 내각 인선에서 제외하다 보니, 인재풀이 적었다”며 “여성의 적극적 기용을 어필하고, 아이돌 출신 의원의 인기에 편승할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는 풀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