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형민 감독은 소지섭 캐스팅 과정에 대해 "KBS가 그 당시 미니시리즈 대박이 많지 않았다. 소지섭은 내가 고집했다. 방송국에선 저를 믿어주긴 했는데 엄청 좋아하진 않았다. 캐스팅할 때 연기도 잘하지만 인지도도 있어야 하다 보니 라이징스타 중에 선택하자는 게 목표였다. 소지섭은 드라마를 잘 만나면 분명히 터질 것 같다는 에너지를 느꼈다. '발리에서 생긴 일' 방영 당시 소지섭 때문에 아파했던 여자들 되게 많다. 사실 제 와이프가 정말 좋아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어 "소지섭이 되게 과묵하다. 말이 없는 남자인데 또 따뜻한 남자였다. 은채를 케어하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건 연기가 아니라 몸에 배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막내 스태프들과도 재밌게 잘 놀았다. 무혁은 사실 입양아로 버려져서 거리의 아이로 자랐기 때문에 삐딱한 연기, 반항적인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실제로 불량스러우면 범죄자처럼 보인다. 근데 소지섭은 맑은 느낌이 있었고 강했다. 슬픈 눈빛이 너무 좋았다. 지금 다시 보니까 연기를 너무 잘했더라. 잘되는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캐릭터에 동화가 된다. 소지섭과 임수정은 진짜 현장에서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임수정에 대해선 "많이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다. 영화 '…ing'에서 수동적인 캐릭터였는데 은채는 굉장히 당차고 씩씩하다. 연기를 과하게 하지 않게 하는데 너무 좋았다. 처음 추천했을 때는 방송국이 잘 몰라서 걱정했는데 이 배우가 대단히 잘 될 배우라는 걸 예감했다. 이후 '장화홍련' 찍으면서 많은 사랑을 받더라. 연기도 너무 좋았고 패션도 좋았다"고 칭찬했다. 또 "현장에서 찍는 건 빨리 찍지만 배우들의 감정을 위해 기다리는 편이다. 눈물이 잘 안 난다고 해서 기다려 주다가 결국 눈물을 못 흘리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어떤 여배우는 속상해하는데 임수정은 '꼭 울어야 하냐'고 묻더라. 사실 임수정 질문이 요즘 연기 패턴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극 중 차무혁 친모 오들희 역을 연기한 이혜영은 '미사'를 통해 15년의 공백기를 깨고 복귀했다. 이형민 감독은 "이혜영은 드라마를 많이 안 했던 배우다. 소지섭, 임수정을 캐스팅 해놓고 영화 제작자를 통해 이혜영에게 연락했는데 '드라마에서 나를 왜 찾아' 하는 입장이었다. 출연 승낙을 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오들희를 다르게 해석하고 연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에너지가 현장에서도 좋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전혜진은 차무혁의 쌍둥이 누나이자 7세 지능을 가진 윤서경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당시 전혜진이 소속된 극단 대표의 추천으로 전혜진을 알게 됐다고 밝힌 이형민 감독은 "전혜진이 출연하던 연극도 보고 제가 연출했던 단막극 '여자 교도소 이야기' 주인공으로도 출연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서경은 무혁의 동생이었다. 그래야 더 슬픔의 포인트를 잘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이미지도 맞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전혜진이 오디션장에 왔는데 나가는 발길을 멈추고 '저 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 연기를 너무 잘하는 사람이라 전혜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서경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선택이 되게 좋았다"며 "정말 좋은 배우다. 요즘 드라마 '라이딩인생'을 찍고 있는데 잘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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