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형민 감독은 20주년을 맞아 다시 '미사'를 공개한 소감에 대해 "너무 좋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영광스러웠다. 제가 연식이 좀 있는 사람이고 드라마 찍은 지도 오래됐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들이 빨리 바뀐다. 옛날 것이 금방 없어지는 사회에 살고, 특히 공중파 드라마였다 보니 한번 방송을 타면 없어졌는데 그런 부분을 웨이브에서 잘 캐치한 것 같다. 준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물어보니까 옛날 드라마 중에 명작들을 유튜브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더라. 국내 시청자들의 니즈는 있는데 이걸 쫓아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근데 이런 좋은 작품들이 OTT에 맞게 잘 편집돼서 '기존 팬들, 새롭게 보는 사람들도 같이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즐겁게 참여했다. 드라마가 잊히고 약간 하대받는 느낌이 있는데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작가님들도 좋아했고 배우들도 다 좋아했다"고 밝혔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부담스럽기도 했을 터. 이형민 감독은 "처음에 웨이브에서 고맙게도 따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영화 제안도 있었는데 새로 만들 때 길이는 상관없다고 하더라. 그때 함께했던 편집기사, 음악감독님과 다시 만났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기존 올드팬들이 있는데 신이 많이 날아가면 원성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타협까지는 아니지만 기본 골격이 되는 신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또 소지섭과 임수정이 나오는 중요한 신들의 표정이나 느낌을 한 프레임도 버리지 않았다. 호흡이 늘어지면 안 되니까 연속극적인 설정들은 많이 버렸다. 옛날엔 TV 드라마가 촬영이 거의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그만큼 정교하지 못하게 편집이 됐다. 기존 팬들이 봤을 때 '내가 좋아했던 그 신이 어디 간 거야?' 할 수 있는데 어쩔 수 없다. 원본이 있으니까 조금 다른 시도의 버전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실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까지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연출한 이형민 감독은 과거에 방영됐던 '미사'와 현재의 드라마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묻자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엔 감정이 사실적인 드라마가 많았다. 장점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 그런 드라마들이 많이 안 만들어진다. 제작자들이나 관계자들의 판단이고 어느 정도 맞지만, 저는 '이런 드라마가 왜 없지?' 이런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요즘엔 늘어지는 호흡들을 꺼리기 때문에 판타지나 장르물, 웹툰 베이스 작품들이 많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류가 시작됐던 드라마들이 왜 사랑받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연세가 있으신 필력 있는 작가님들이 새로운 니즈만 쫓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추구했던 이야기와 공존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소지섭, 임수정 연기를 정주행하면서 봤는데 지금 연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엔 과장되거나 정형화된 TV 연기가 많았다면 두 사람은 실제 그 인물이 돼서 그 인물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도 그 당시에 조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오히려 그게 요즘과 맞는 것 같다. 임수정의 무지개 옷이 호주신 이후로 다시 필요해서 구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 팔렸다더라. 수제로 만들어서 대량 생산을 하지 않았던 브랜드였다. 소지섭은 거리의 남자니까 힙합 스타일을 입었는데 소지섭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옷이다. 현장에서도 스타일리스타한테 '저건 아니잖아' 할 정도였는데 한번 믿어보라고 하더라. 저도 젊었고 배우들도 어렸기 때문에 젊은 정신, 록의 정신으로 '한번 저질러보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배우들도 스타일리스트도 원팀이 돼서 잘 맞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은 절대 촌스럽지 않았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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