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형민 감독은 20년 전 '미사' 인기를 회상하며 "그렇게 잘될 줄 몰랐다. 첫 방송 시청률이 높지 않았고 경쟁작이 김래원, 김태희 주연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였다. 저희 작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거다. 30%까지는 못 갔지만 팬덤이 강했다. 겨울만 되면 계속 재방송을 하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금 시청률과 옛날 시청률은 개념이 다르다. 30% 드라마도 많았는데 KBS에 있을 때 '나는 30% 넘는 드라마를 못할 것 같다. 그런 드라마는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15% 정도 시청률이 나오면서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미사'가 그런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차무혁은 오들희(이혜영 분)에게 자신이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20년이 지나도 시청자들 뇌리에 깊숙이 박힌 새드엔딩에 대해 이형민 감독은 "'오들희가 아들을 알고 끝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도 많더라. 근데 무혁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사실을 이야기하고 바로 죽어야 하는데 모르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오들희가 라면을 끓여주면서 우는 신이 있는데 판타지적이긴 하지만 그 신이 시청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집했다. 배우도 '왜 울어야 하냐'고 하더라. 근데 느낌이 좋았고 시청자의 눈물샘을 건드릴 것 같았다"며 "당시에는 슬픈 사랑이 많았다. 이경희 작가님과 드라마를 시작할 때 '우리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약속했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따라 죽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 안 된다. 옛날 슬픈 드라마도 이렇게 징하게는 안 했다. 근데 시청자를 울리고 싶었다"고 생각을 밝혔다.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지만 이형민 감독에게 '미사'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그는 "제 이름을 알리게 해준 작품이다. 스코어가 안 좋더라도 그 드라마의 정서나 기억이 괜찮을 수 있다. 꼭 결과가 안 좋다고 해서 애착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미사'를 마치고 KBS를 퇴사할 때 저를 예뻐하던 국장님이 '연출자로 대표작이 있는 건 참 좋은 거야'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근데 네가 앞으로 대표작을 넘지 못할 수도 있어. 대표작하고 싸워야 할 거야'라고 했다. 실제로 대표작을 못 넘고 있다. 그건 '미사'가 워낙 잘됐기 때문이다. '힘쎈여자 도봉순'(2017)도 재밌지 않았나"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형민 감독은 현재까지 '미사'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로 주인공인 소지섭, 임수정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형민 감독은 "웨이브 측이 과거 방영했던 작품들을 고르는 과정에서 사건사고 있는 배우들 때문에 고민이라고 하더라. 저는 착한 사람들과 작품을 많이 했다. 현빈도 그렇고 윤계상도 그렇다"며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해 줘서 고맙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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