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사내이사 사임한 민 전 대표, 260억원 풋옵션 행사하려 대금청구 소송
민희진 전 어도어(하이브 자회사) 대표가 회사를 떠났지만 걸그룹 뉴진스의 셈법은 복잡하다. 민 전 대표와 유대 관계가 끈끈한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에게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조건으로 최후 통첩까지 날렸지만 막대한 위약금은 뇌관이다. 하이브와 뉴진스의 동행이 중대 기로를 맞은 가운데 떠난 민 전 대표를 두고 하이브와 뉴진스 간 힘겨운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두고 갈림길에 섰다. 현재 어도어와 뉴진스의 소송전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미 어도어를 떠난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부대표 2명의 카톡 대화를 보면 뉴진스가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4500억원에서 최대 6200억원으로 추산된다.
뉴진스는 2022년 7월 데뷔했는데 통상 국내 아이돌그룹 계약 기간이 7년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남은 계약기간은 5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를 보면 계약 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2년 동안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이 위약금으로 산정되는데 뉴진스의 인기가 상당한 까닭에 매출액도 몇십억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멤버 개개인의 매출이 상이하지만 남은 계약기간이 길어 4000억원 이상은 책정될 전망이다.
반면 민 전 대표는 풋옵션을 행사해 어도어 보유 지분 18% 중 13%를 하이브에 되팔 계획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로 효력이 상실됐다는 하이브의 주장에 대금청구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해당 금액은 약 260억원으로 알려졌다.
뉴진스, 민희진 대신 총대… 하이브와 지난한 다툼 '우려'
앞서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13일 김민지, 하니 팜, 마쉬 다니엘, 강해린, 이혜인 등 멤버 다섯 명의 본명으로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발신했다. 멤버들은 "이 서신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말씀드리는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사항을 모두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면 전속계약 해지까지 불사하겠다고 했다.
멤버들의 요구 사항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 ▲뉴진스 멤버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매니저의 공식 사과 ▲멤버들의 동의 없이 사용된 사진·영상 자료 삭제 ▲'음반 밀어내기'로 발생한 피해 해결책 마련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 해결 ▲뉴진스만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 보장 등이다.
지난 14일 이를 수령한 어도어는 "지혜롭게 해결해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 빌리프랩에게 "빌리프랩 측이 하니의 피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요구, 뉴진스의 요구 사항을 일정부분 수용했다.
하지만 가장 쟁점인 민 전 대표의 복귀는 그가 지난 20일 어도어의 사내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도어는 뉴진스의 내용증명 가운데 받아들일 부분은 최대한 수용했다며 다른 주장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내용증명 최종 결정 시한인 28일 이후 뉴진스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뉴진스는 당분간 활동 자유를 얻을 수 있지만 기존에 발표된 곡을 사용할 수 없어 편곡 등 제한된 방식으로만 활동이 가능하다.
이어지는 전속계약 취소 본안 소송이 핵심이지만 이 과정은 수년의 소송 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뉴진스가 어도어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이 상당한 상황에서 하이브의 과실 인정 비율이 중요한 쟁점이다.
만약 하이브의 과실이 90%로 인정되더라도 뉴진스는 최소 450억원을 지불해야 하며 과실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인정될 경우 위약금은 2000억원이 넘는다. 이는 2023년 어도어의 영업이익 335억원을 훌쩍 넘는 액수다.
결과적으로 뉴진스에겐 엄청난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진격의 고변'을 운영하는 김앤장 출신 변호사는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를 떠나고자 하여 취해야 하는 행동의 결과가 가져올 위험을 멤버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며 "전속계약 해지 강행시 (뉴진스) 멤버들이 수년 동안 진흙탕 싸움에서 고통받는 과정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https://naver.me/GEXcZv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