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밸류에 투자한 알펜루트, 1조원대에 매각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020년 기업공개(IPO) 당시 4000억원을 따로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상장 바로 전 해에 투자했던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PE)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회사가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미리 알고 투자해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톤PE는 방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중동 전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몸담았던 곳이다. 이스톤PE가 정말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던 게 맞는다면, 방 의장의 측근이 소속됐던 사모펀드가 내부 정보를 기반으로 하이브 주식을 저가에 사들여 상장시킨 뒤, 차익을 방 의장과 공유한 셈이 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스톤PE는 지난 2019년 하이브 구주 1300억원어치를 사들인 뒤 이듬해 상장 직후 매도해 10배에 조금 못 미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톤PE는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출신 양준석 대표가 그해 4월 설립한 신생 PE다.
이 계약은 앞서 지난 2018년 하이브 구주를 샀던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먼저 방 의장과 맺었던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
이듬해인 2020년 10월 하이브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는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가 1조원대 초중반이었고 상장 첫날 상한가 기준 시가총액이 11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하이브 주가는 하락했고, 이스톤PE는 2021년 12월 폐업했다.
문제는 이스톤PE가 2019년 투자를 단행할 시 하이브의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하이브는 2020년 5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는 늦어도 예심 청구 6개월 전에는 상장부서를 찾아 계획을 알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이브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아무리 늦어도 2019년 말에는 회사가 상장 준비 작업에 착수했을 것이고, 이스톤PE가 두번째 투자를 단행했던 그해 11월에는 상장 계획이 거의 확정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양준석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에서 IPO 업무를 담당하다 이스톤PE를 설립한 인물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하이브의 상장 대표 주관사였던 만큼, 양 대표가 상장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 이승석 대표의 경우 그 당시엔 방 의장과 어떤 친분도 없었으며 김중동 전 CIO와의 인연으로 이스톤PE에 합류했다는 게 하이브 측 입장이지만, 김 CIO는 다르다.
장기간 하이브 사외이사를 맡다가 이스톤PE 설립 시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으며 상장 직전에는 하이브에 CIO로 다시 돌아온 인물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3자인 사모펀드들끼리 구주를 사고파는데 뜬금없이 대주주가 풋옵션을 받아주겠다고 계약하는 건 상당히 특이한 일”이라며 “사실 차익 공유가 주된 목적이고 풋옵션은 방 의장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거의 없는 조건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이미 상장 계획이 어느 정도 확실히 잡혀있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이스톤PE와 방 의장의 주주 간 계약 및 이스톤PE의 구주 인수에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고 확인된다면 구주를 판 운용사들이 법적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하이브 관계자는 “당시 기존 주주들이 펀드 만기 등을 이유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니즈가 있었는데, 구주를 사가서 오래 보유해 줄 믿을 만한 투자자가 필요했기에 김중동 전 CIO가 이스톤PE를 소개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