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뉴진스의 탈출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적극적인 해명 대신 소송을 선언했는데, 의혹을 잠재우기는커녕 더 가중시키고 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민 전 대표는 2일 하이브 전 대표이사 박지원,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박태희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 매체 기자들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날 해당 매체에서 민 전 대표가 D사의 실소유주인 회장 A씨를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D사는 네트워크 기기 전문업체로, 201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회사. 보도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최근 뉴진스 멤버의 큰아버지 B씨를 통해 A씨를 만나 자신이 뉴진스를 데리고 나올 수 있을지 물었다. 이들이 만난 정황은 사진으로도 포착됐다. 실제로 D사는 올 10월2일 B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의 주주총회소집을 결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은 민희진의 대응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고소 사실을 알리면서도 기사와 관련한 해명은 하지 않았기 때문. 단지 하이브 임원들이 불법 취득한 사적 대화에 허위사실을 더해 민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 기자들이 일방적인 주장에 본인들의 추측을 더해 허위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해당 매체는 A씨의 인터뷰, 민 전 대표가 A씨와 만난 정황이 포착된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민 전 대표는 "허위 내용" "진실과는 전혀 다른 기사"라고만 할 게 아니라 A씨를 만난 게 사실이 아니라는, 혹은 A씨를 만난 게 맞다면 어떤 이유로 만났는지 설명해야 했다. 분명한 이유와 증거를 대는 게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심지어 민 전 대표가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후, 뉴진스도 어도어에 귀책 사유가 있다며 11월29일부로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뉴진스가 어도어에 계약을 해지하게 이끈 게 민 전 대표라면, 그리고 그의 주도로 새로운 투자자와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이는 탬퍼링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그렇기에 민 전 대표 입장에선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게 급선무 아니었을까?
민 전 대표의 그간 행보를 감안해도 이번 대처는 다소 낯설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놨다. 지난 4월 하이브가 경영권 침탈 의혹을 주장하자 약 120분에 걸친 기자회견을 소화하고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했던 식. 이후에도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억울함을 피력해 온 그가 이번 보도와 관련해선 어찌된 일인지 냅다 고소 릴레이다.
과연 이와 같은 방식이 스스로 억울함을 푸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물음표다. 오히려 소송 운운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관련자들을 입막음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만 생겨나고 있다. '허위기사' 앞에 떳떳하다면, 그만큼 실체 있는 합리적인 해명이 꼭 필요해 보인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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