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다가 6시간 만인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이로써 약 석 달 전부터 야당에서 제기해 온 ‘윤석열 정부 계엄설’은 ‘설마’에서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로 구성된 이른바 ‘충암파’에서 비밀리에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야권 일각의 주장도 음모론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전날 계엄 선포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12일, 윤 대통령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야권에선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이전 실무작업을 맡았고, 2022년 윤석열 정부 첫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임명됐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을 경찰력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에 앉힌 데 이어 국방부 장관에까지 선배 김용현을 앉히려 하자 “충암고 출신들이 주도해 계엄에 대비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인물은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단 둘 뿐이다.
그 밖에도 일명 ‘충암파’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선후배들이 정보 계통 요직에도 속속 자리를 차지해 의혹을 키웠다. 대표적으로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 기관인 777사령부 수장 박종선 사령관, 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 모두 충암파다.
그 중에서도 방첩사령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으로, 계엄 선포 시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할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는 조직이다. ‘충암파 중심 계엄 준비설’에 한층 힘이 실리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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